고추와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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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위원

지금은 없는 옛 술집을 그리워할 때가 있다. 제주시 연삼로에 있던 ‘해 뜨는 집’이 그런 술집의 하나다.

막걸리 집이다. 물론 맥주도 팔고 소주도 팔지만 메인 주류는 막걸리다. 막걸리를 먹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찾기 때문이다.

‘비 오는 날, 막걸리에 파전.’

내가 막걸리 집을 한다면 상호를 이렇게 짓겠다.

술꾼들이 비가 오지 않는다고 막걸리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비 오면 막걸리를 먹을 이유가 된다. 비가 오든 말든 술꾼들은 술을 찾게 마련이다.

그래서 신천희 시인은 “날씨야 네가 아무리 추워봐라/ 내가 옷 사 입나/ 술 사 먹지’라고 하지 않았는가.

▲‘해 뜨는 집’의 주 안주는 전이다. 해물파전도 있었고, 녹두전도 있었다. 해물파전의 경우 양도 넉넉해 안주에 눈이 돌아가는 손님이 아닌 이상 둘이 가면 남을 정도다. 녹두전도 맛이 좋았다. 소주파들은 두부김치를 찾으면 됐다.

‘해 뜨는 집’은 주 안주 외에 여러 기본 반찬도 줬다. 지금도 기억나는 게 바로 오이고추다.

제주산 고추와 태국산 고추를 교배해 만들어진 청양고추는 너무 맵다. 그래서 아예 건들지 않는다. 청송과 영양지역에서 시험재배를 했기 때문에 청양고추로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이에 반해 청양고추보다 몇 배나 큰 오이고추는 개인적으로 맵지 않아 좋았다. 된장에 찍어 먹지만 과일을 먹는 느낌이다. 어떤 술친구는 오이고추가 너무 심심하다며 먹지 않았다. 그러면 모두 내 몫이다. 해물파전이 남아도 오이고추는 남지 않았다. 사실 오이고추 때문에 ‘해 뜨는 집’이 기억나는 것이다.

▲우주에서 재배된 고추는 어떤 맛이 날까.

미국 항공우주국(나사) 비행사들이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직접 키운 고추를 수확해 최근 시식했다고 한다. 우주비행사들은 지난 7월 12일부터 우주정거장의 실내 장치에서 ‘해치 칠레’라는 품종의 고추 씨앗을 키워왔다. 우주비행사들은 4개월 만에 수확한 후 지구에서 가져간 토마토, 쇠고기 등과 함께 타코를 만들어 먹었다는 것이다. 우주에서 고추를 재배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광합성 작용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없애고 산소를 공급한다. 또한 광활한 우주는 비행사들에게 우울감을 안겨주기 쉽다. 그런데 고추라는 식물이 비행사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줘 당초 목표를 성취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오이고추가 있던 ‘해 뜨는 집’도 누군가에겐 우주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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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옥 2021-11-08 12:21:24
서울은 지금 비가 옵니다.
막걸리는 아니어도
부침가루에 파 듬뿍 넣어 전을 부쳐야 겠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