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길, 건강과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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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운 시조시인

지난 학기에 대학 평생교육원에서 진행하는 오름 관련 과정을 수강했다. 오름의 생성과정과 식생 등을 이론과 현장 탐방으로 하나씩 살펴보는 과정으로 이루어졌다. 수강생들은 취미로 하거나 건강 유지에 뜻을 두거나 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고, 코로나19로 인한 방역지침에 따르면서 다소 불편함 속에서 진행되었지만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오늘도 배낭 하나 짊어지고 나선다. 평생교육원 수강을 마치면서 몇몇 수강생들이 앞으로도 지속적인 산행을 이어가자는 의기투합에 지금까지도 함께하고 있다. 거창하게 이름도 지었다. 만리길, 매주 조금씩 차근차근 만리길을 걷고 건강을 유지하자는 취지에서다.

보통 우리나라를 삼천리 강산이라 한다. ()는 약 400m, 십리는 4정도의 거리였다. 만리는 4000에 달한다. 여전히 만리길 회원은 제주의 구석구석을, 오름, 올레길, 한라산 어느 길이건 가리지 않고 나선다. 열정이 대단하다. 그건 바로 건강한 나이를 위한 것이다.

나이를 설명하는 한자어를 찾아보았다. 어린아이를 뜻하는 해제(孩提)에서부터 15세 지학(志學), 20세 약관(弱冠), 30세 이립(而立), 40세 불혹(不惑), 50세를 뜻하는 지천명(知天命)도 있었다.

환갑·회갑(還甲·回甲, 61), 진갑(·進甲, 62), 미수(美壽, 66), 고희·칠순·종심(古稀·七旬·從心, 70), 희수(喜壽, 77), 팔순·산수·모년(八旬·傘壽·耄年, 80), 망구(望九, 81), 미수(米壽, 88), 졸수·모질(卒壽·耄耋, 90), 망백(望百, 91), 백수(白壽, 99), 기이지수(期頤之壽, 100), 다수(茶壽, 108), 황수(皇壽, 111), 천수(天壽).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점점 길어지고 있지만, 예전에는 60세를 넘기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만으로 60세가 되면 환갑(還甲)이라 하여 잔치를 치르고 살아온 노고를 위로하고 장수를 기원하였을 것이다.

진갑은 다시 60갑자를 펼쳐 진행한다는 의미이고, 고희는 예로부터 드물고, 희수는 오래 살아 기쁘고, 망구는 구십을 바로 본다는 뜻이다. 할망구라는 표현은 구십을 바라보는 할머니로 이해된다. 90세를 모질이라 하는데 몸에 난 털까지도 늙어버렸다는 뜻이니 해학적이기도 하다.

기이지수는 1기를 100으로 하고 이()는 부양한다는 뜻이니 몸이 늙어 기거를 마음대로 할 수 없어 다른 사람의 봉양을 받고, 천수는 병 없이 늙어 하늘이 내려 준 수명을 다 살았다는 뜻이다.

이처럼 나이를 지칭하는 한자어에는 일생을 살아가면서 그 나이에 맞게 갖춰야 할 행동이나 마음가짐이 필요하고 조금 더 살고 싶다는 희구도 발견하게 된다. 나이에 맞게 성숙하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건강하게 늙어갔으면 한다. 오늘도 단단히 운동화 끈을 조이고 만리길을 향하여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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