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선 농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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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기 경제부장

올해산 감귤 가격이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국 9대 도매시장에서 거래되는 평균 가격(5㎏ 환산 기준)도 이달 들어 24일까지 누계 기준 8131원으로 전년 동기 6965원보다 17% 올랐다. 같은 기간 2019년산 6401원과 견줘서는 무려 27% 오른 가격이다.

감귤 가격이 올랐지만 농민들은 마냥 환하게 웃을 수 없는 처지다. 농약과 비료값 인상에 물류비도 올랐다. 게다가 최근에는 포장상자 가격이 큰 폭으로 인상되면서 조수입이 늘더라도 손에 쥐어지는 돈은 예년과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지역농협과 도내 골판지 상자 생산업체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지난 10월부터 농산물 골판지 상자 가격이 평균 25% 인상됐다.

농협과 골판지 상자 생산업체 간 공급가격 계약은 매년 10월 1일부터 이듬해 9월 말까지 1년 단위로 이뤄진다. 지난해까지만해도 상자당 가격 인상 폭이 10원에서 20원 사이를 오갔다. 오히려 전년 보다 가격이 떨어진 해도 있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부터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와 도내 골판지 제조업체 간 적용된 계약 가격은 감귤 1박스(5㎏) 기준 670원으로 2019년 690원보다 오히려 20원 낮았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수입펄프(원지)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원지 가격이 1년 전보다 50% 이상 오르며 골판지 제조업체들이 가격을 올리지 않을 경우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할 상황이라며 농협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협상을 통해 농협과 업체 간 25% 인상하는 데 타협점을 찾았다.

골판지 상자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농민들이 떠안게 됐다.

농산물 포장용 골판지 상자에 앞서 무기질비료 가격도 크게 올랐다.

농협경제지주가 최근 무기질비료(화학비료) 구매가격 인상과 함께 농민들에게 판매하는 가격을 평균 9.4% 올린 것이다.

화학비료 생산업체 등으로 구성된 한국비료협회는 지난 4월부터 국제 원자재 및 해상운임 가격 급등, 수급 불안 등을 이유로 계통구매 단가를 비료 종류별로 적게는 25%에서 많게는 40% 인상이 필요하다며 농협경제지주에 요구해 왔다.

급기에 지난 7월 비료 공급이 중단되면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수급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농협경제지주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료 생산업체의 고충을 감안, 구매가격을 14.8% 인상하는 대신 농민 부담을 감안해 판매가격은 9.4% 올리기로 결정했다.

농민들은 조수입은 ‘제자리걸음’인데 농사에 들어가는 돈은 매년 늘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외국인 인력 수급 차질에 따른 인건비 상승, 농약값 및 골판지 상자 가격 인상 등으로 영농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농제주도연맹을 중심으로 제주 농민들은 이달 초 제주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비료, 농약 등 농자재와 골판지, 기름값 인상, 유통비용 급등에 따른 지원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농민들은 “농민들이 농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농업 예산을 확대하고 농자재 가격 안정을 위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예로부터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했다. 농업은 천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큰 근본이라는 뜻으로 농업을 장려하는 말이다.

위정자(爲政者)들은 농민과 농업이 흔들리면 나라의 근간이 위태롭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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