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게
삶의 무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김효성.신단수

무당은 신의 영검을 전해주는 데 꾸미거나 보탬이 없어야 한다. 입에서 나온 말은 약속이 돼야 하고 경솔함은 금물이다. 손님 응대에는 위아래가 없어야 하며 동전 한 닢의 가치도 허리 숙여 받아야 한다.

이 직업의 특성은 가난해야 하며 호구지책 쌀을 파는 것 이외에는 사치이고 낭비이다. 누구에 의한 강요였다면 일찌감치 보따리를 싸야 한다. 우연한 기회라도 이들과 마주할 때가 있다. 물어보지도 않은 질문에 친절함이 시작이다. 조상과 물 이야기는 가장 기본이고 다음은 집안 내력이다. 까맣게 잊고 있던 과거를 스치듯 들어본 적이 있다면 정말일까? 의구심은 맞다 확신으로 굳어진다. 이는 그들만의 교과서요 어깨 넘어 공부이다. 옆에서 주워들은 풍월로 가격은 정해지고 은근한 압박이다. 급하면 비싸지고 한사코 거절은 다른 구실을 만들어낸다. 앞으로 부와 명예를 가질 수 있는 대운이 들어왔는데 그때라도 노력과 정성을 잊지 말아 달라 나쁘지 않은 제안은 쉽게 허락하고 이는 연결고리이다. 친구 될 수 없는 사이라면 차갑게 등 돌리자. 진짜는 흙 속에 진주처럼 자랑을 숨겨내며 얼굴 보이는 일을 극도로 꺼린다.

어쩌나 하는 심정으로 찾아오신 분은 한숨과 탄식이다. 본인도 노인이지만 시어머님 장례를 치렀는데 그 후 사달이 났단다. 동네에서 소문난 효자였기에 충격이 컸던 남편이 슬픔을 가누지 못해 혼절했단다. 집으로 돌아올 때는 이미 넋이 나간 모습이더니 사람을 못 알아보고 무슨 꿈을 꾸는지 연신 헛소리한단다. 혹시 하는 심정에 용하다는 곳에 찾아가니 대뜸 굿을 해야 고칠 수 있다는 대답이다. 두 식구 겨우겨우 살림이고 누구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처지가 아니기에 잠 못 이루는 고민이란다. 나이 먹어 다니는 직장도 떨어질까 노심초사 흘리는 눈물은 위로받기 충분하다. 주고받는 거래는 아니어도 신뢰가 우선이었기에 미룰 일이 아니었다. 당사자들에게 비밀로 했지만, 일찍 청산이 되어 외롭고 힘겨웠던 시절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연정을 나눈 적이 있단다. 의지하고 팔자도 고쳐보고 싶었지만, 아들을 보고 차마 그럴 수 없다고 돌아섰지만, 가슴 깊은 곳에 상처요 못내 미안함이다. 요는 지금 가족 납골당이 함께 할 수 없는 불편함이니 염치는 없지만, 친정이 가까운 곳에 있으니 그쪽 언저리에 뿌려달라는 당부이다. 못내 아쉬움이 남는 마무리지만 이 또한 사람 사는 세상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