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조의 힘
외조의 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고동수 논설위원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 8일 16년간의 재임을 마치고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2005년 독일 역사상 첫 여성이자 첫 동독 출신 총리가 됐고, 네 번 연임했다. 전후 독일 역사에서 최초로 스스로 퇴임한 총리이기도 하다. 퇴임과 맞물려 재조명된 인물이 남편인 요아힘이다.

세계적 화학자인 그의 별명은 ‘오페라의 유령’이다. 언론에 얼굴을 드러내길 꺼리는 성격 때문에 붙여졌다. 메르켈의 첫 총리 취임식 때 현장에 가지 않고 직장인 베를린 훔볼트대학에서 TV로 취임식을 지켜봤을 정도로 은둔형이다. 부부가 이탈리아로 휴가를 갔을 때 정부 전용기를 타지 않고 저가항공(LCC)을 이용한 일화는 유명하다.

메르켈 총리가 물러나는 순간까지 독일 국민으로부터 70% 넘는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그림자 외조도 한몫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국내에서 황혼 이혼(혼인 기간 20년 이상)이 매년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만9700쌍에 이어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4만쌍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웃인 일본은 황혼 이혼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70% 이상은 여성이 먼저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는 오랫동안 참았던 미움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종의 복수전 성격이 짙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상당수 남편은 아직도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전업주부 혹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내가 감히 이혼을 생각하겠느냐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갈라서 봤자 자기의 도움 없이는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리라 판단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의 아내는 그렇게 나약하지 않다.

이혼 후에 대해선 또 다른 연구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성은 3년이 지나면 이혼 쇼크를 극복하지만, 남성은 그 충격이 커서 건강이나 생활 관리가 잘 안 되고, 사회와 단절된 홀로 사는 노인으로 전락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이혼 도장을 찍고 나면 초라해지는 것은 남성이다.

▲이젠 부창부수(夫唱婦隨)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려고 해야 할 때다. 경우에 따라선 부(夫)와 부(婦)의 순서가 바뀐 부창부수(婦唱夫隨)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언제까지 내조만 요구할 수 없다. 외조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 흐름에 부응해 ‘팔불출 외조’도 감수하려는 자세 전환이 필요하다. 그래야 인생 후반부에 이르러 아내의 돌변을 예방할 수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