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에는 ‘김한미술관’이 있다
한림에는 ‘김한미술관’이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고성기 시인

한림에는 비양도가 있다.

한림읍 어디에서도 전설같이 날아와 앉은 비양도는 보인다. 밤이면 비양도 등대가 깜빡거리며 유년의 꿈을 키워주곤 했다. 나는 한림항 바로 옆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속옷 차림으로 뛰어가 풍덩 빠지는 그런 바다였다. 나의 시 내 사랑 한림항은 이렇게 해서 태어났다. ‘내 사랑 한림항은 물빛보다 추억이 더 파랗다로 시작되는 이 시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나의 시다.

한림에는 한수풀 문학회가 있다.

시를 좋아하는 시인을 중심으로 하나둘 모이다가 이제는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문학 단체로 성장했다. 뛰어난 작품이 아니어도 시와 수필을 쓰고 낭송하며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이 모임을 나는 사랑한다. 한림에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문학과 함께 정을 나누는 모임이기 때문이다.

한림에는 김한미술관이 있다.

우리 문학회 모임을 이곳에서 갖게 되면서 나는 한림에도 미술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가슴이 뭉클하게 자랑스러웠다. 한림읍 한상로 115에 자리 잡은 아름다운 미술관! 750여 평의 대지 위에 2002층으로 지어진 이곳은 서양화가 김한의 작품을 늘 전시하는 꿈의 공간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아직은 낯선 미술관이지만 앞으로 이중섭미술관에 버금가는 제주도의 자랑이 될 것이다. 김한 선생의 아들 김기주 관장이 제주에 와서 한림에 터를 잡고 아버지의 그림을 영원히 전시하기 위해 엄청나게 땀을 쏟은 공간. 아담한 전시실에 들어서는 순간 파란 포구와 순박한 여인의 품에 안기고 만다.

서양화가이며 시인인 김한 선생은 1931년 함경북도 명천군의 바닷가에서 태어나 월남한 후 홍익대학교 미술학부를 마치고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으로 한국화단을 풍요롭게 만든 천재화가이다. 고향 바다를 늘 품에 안고 살았는지 그의 그림은 파란 바다의 청색을 바탕으로 어머니이기도 하고 연인이기도 하고 누이이기도 한 포구의 여인을 그렸다. 그의 그림에서는 곧 사연이 튀어나올 것 같고 술술 시가 풀릴 것도 같은 착각에 빠진다.

500여 점의 보석 같은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김한미술관은 두 달에 한 번씩 작품을 바꿔 전시한다. 두 달에 한 번, 몇 년을 가야 그의 작품을 다 볼 수 있을까.

우리 문화 예술이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가 왔다. 그럼에도 제주도의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고 어려움에 허덕이는 관장 부부에게 깊은 감사와 격려를 보낸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