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여기까지 잘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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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건, 제주특별자치도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처장

연말 한창 바쁜 시기여서 그런지 사람들마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는 불평(?)들이다. 아닌 게 아니라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 모르겠고, 일주일이 3일밖에 안 되는 것처럼 시간이 쏜살같다.

어느 가수는 ‘퇴근 시간 전에는/ 시간이 너무 느리게 가는데/ 왜 집에만 오면 시간이 너무 빨라서/ 아쉬워 제대로 못 쉬고/ 평일 일과 중에는/ 시간이 너무 느리게 가는데/ 왜 주말만 되면 시간이 너무 빨라서/ 아쉬워 제대로 못 자고~’ (장범준, ‘당신과는 천천히’ 중) 라고 노래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퇴근 시간 전이나 평일 일과 중에도 시간이 빠르고 집에 있을 때 주말에는 시간이 더더욱 빨리 가는 것처럼 느끼는 요즘이다.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끼는 이유에는 노화로 인해 생체시계가 느려지고, 새로운 자극에 민감한 도파민이라는 호르몬 분비가 줄어드는 이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데 있다고 한다.

독일의 인문학자 슈테판 클라인은 그의 저서 『시간의 놀라운 발견』에서 기억 속 시간의 길이는 정보의 양에 비례한다고도 했다. 뇌가 받아들이는 정보가 많을수록 시간은 천천히 가는 것처럼 느끼고, 새로운 정보는 물론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 없이 지낸다면 시간의 흐름을 짧게 느낀다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게 새로워 흡수해야 할 정보가 너무 많은 어린 시절에는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 같지만, 나이를 먹어 경험한 게 다양해지고 아는 게 많아질수록 세월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낯선 곳을 여행할 때 가는 시간은 길게 느껴지고 돌아오는 길은 짧게 느껴졌던 경험을 떠올리면 금방 수긍이 가는 얘기다.

뿐만 아니다. 인간의 마음은 자신이 인지한 이미지가 바뀔 때 시간의 변화를 감지하게 되는데 나이가 들수록 신경망의 신호 전달 경로가 길어지고 활력이 떨어져 새로운 이미지를 습득하고 처리하는 속도 역시 느려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감지한 이미지가 적게 되는 어른들의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20대와 50대의 시간이 각각 시속 20㎞, 50㎞로 간다는 얘기가 우스갯소리가 아니었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하루 24시간, 1년 365일이라는 시간의 체감 속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생활 속에서 새로운 자극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2년여 동안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새로운 자극을 만드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종일 마스크를 써야 하고 가는 곳마다 출입인증을 하며 거리두기를 일상으로 살아가야 하는 요즘, 그나마 새로운 자극이라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확진자 수 정도랄까.

어느새 달랑 달력 한 장만 남은 연말을 맞고 있다. 여전히 시간은 제동장치가 고장 난 폭주 기관차처럼 달려가고 있고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을 내일의 연속에서 삶의 활력마저 잃어가고 있는 중, 늘 그렇듯 아쉬움과 후회로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제주 출신 소통 강사로 유명한 김창옥 대표가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낼 때, 문득 마음 속 누군가가 자신에게 던져 준 한 마디에 큰 힘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해서 공감이 되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힘든 시간을 함께 견뎌내며 새해를 맞게 된 우리 스스로에게도 그 한마디를 해주면 좋겠다.

“그래, 여기까지 잘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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