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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스포츠에 정치가 개입한 사례 중 압권은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 간 벌어진 ‘축구전쟁’이다. 1969년 7월 엘살바도르의 선전포고로 시작된 이 전쟁은 양측에 5000명의 사망자를 내고 100시간 만에 끝났다.

앞서 양국 사이엔 경제적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이었다. 이게 1969년 6월 열린 멕시코 월드컵 중미예선에서 두 나라가 격돌하면서 폭발한 것이다. 당시 온두라스 중계방송은 “엘살바도르에 저주를”이란 살벌한 언어를 썼다. 양측 관중들이 난투극을 벌이고 단교까지 간 끝에 양국은 전쟁에 돌입했다.

평화와 화합의 제전이라는 올림픽도 크고 작은 국제정치의 바람을 타기는 마찬가지다. 올림픽 역사상 수도 없이 많았던 보이콧 사례가 그걸 입증한다. 평화는 구호일 뿐 툭하면 갈등의 장으로 변한다.

▲내년 2월 4일 개막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움직임이 아슬아슬하다. 미국이 중국 내 인권탄압을 명분으로 정부 대표단을 보내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이 속속 코드를 맞추는 형국이다.

외교적 보이콧은 선수단은 보내지만 개·폐회식에 정부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는 조치다. 그렇게 되면 경기는 정상적으로 열리지만 제대로 된 화합과 축제의 장을 연출하긴 어렵다. 올림픽을 찾는 각국 정상급 인사들의 면면과 규모는 대회 흥행의 변수이자 주최국의 국제적 위상을 보여주는 지표다. 중국은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자국의 발전상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키겠다는 계획이었는데 차질을 우려한다. 특히 내년 하반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공식화하려는 구상이 꼬일 수 있는 점도 걱정거리다.

▲알고 보면 이번 외교적 보이콧 또한 글로벌 공급망을 비롯해 대만·신장위구르 인권 문제 등 정치·외교·군사 면에서 펼쳐지는 미중 갈등의 연장선이다. 이와 관련 호주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공동기자회견에서 보이콧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베이징올림픽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물꼬를 트는 계기로 삼으려는 우리 정부로서는 또다시 미중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올림픽 정신과 정치는 멀수록 좋지만 현실에선 불가분의 관계인 듯하다. 십중팔구 정치권력이 스포츠를 이용한다. 지금도 인류의 대제전인 올림픽이 미·중 신냉전의 희생양으로 멍들고 있다. 매번 공정한 승부를 논한다지만 영원히 풀지 못할 숙제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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