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꼭 치질 치료 미루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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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훈, 한국병원 외과 과장

한 해를 돌아보며 이룬 것은 뭔지, 또 미뤘던 것들은 뭔지 돌아보는 시기가 됐습니다. 외과 전문의로서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화장실에 가는 것이 두려운 분들은 다음 해로 미루지 말고 꼭 진료를 받으라는 것입니다. 변을 볼 때 피가 난다거나 항문에 통증이 느껴지는데도 병원 방문이 부담스러워서 다음으로 미루는 분들이 많은데요. 통증의 가장 큰 원인이 많이 알고 있는 치질입니다. 치질은 생기면 잘 없어지지 않고 만성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배변할 때 통증이나 출혈, 항문 가려움증 등 증상이 있다면, 즉시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치질은 항문에 생기는 질환을 통칭해서 부르는 말입니다. 치질에는 치핵, 치열, 치루 등이 있는데, 이 중 가장 흔한 것이 치핵입니다. 치핵은 크게 내치핵과 외치핵으로 나눕니다. 흔히 안쪽이 부으면 암치질, 튀어 나오면 수치질로 부르기도 하는데, 올바른 표현은 아닙니다.

외치핵은 흔히 술 마신 다음 날이나, 설사가 잦았거나 변비가 있는 분들이 변 볼 때 힘을 갑자기 많이 주면서 생깁니다. 반면 내치핵은 우리 얼굴에 주름이 생기듯이 서서히 생깁니다. 항문관 안쪽에 배변으로 인한 충격을 완화할 수 있도록 정맥 혈관과 정맥을 고정하는 결합조직이 모여 있는데, 정맥이 비정상적으로 부풀고 결합조직이 느슨해져서 혹처럼 늘어지거나 튀어나오고, 배변 시 피와 분비물 등이 나오게 되는 것이 바로 내치핵입니다.

간혹 부모님이 치핵이었는데 본인도 치핵에 걸렸다며 유전은 아닌가 묻는 분들도 있는데요. 치핵 자체가 유전이 된다기보다, 치핵이 일종의 주름이므로 주름이 잘 생기는 피부를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쉽게 생길 수 있고 피부의 특성은 가족 간에 유사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보통 외치핵은 좌욕과 일정 기간 약을 복용하고 연고를 바르는 것만으로 좋아집니다. 내치핵도 심한 정도에 따라 1~4도 치핵으로 나뉘는데, 간헐적인 통증과 출혈이 있는 1도 치핵, 항문으로 치핵이 내려왔다가 배변을 보고 나면 원래 위치로 돌아가는 2도 치핵 정도에서는 보존적 치료로 증상이 완화될 수 있습니다.

3, 4도 정도의 중증 치핵은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게 됩니다. 이 정도면 손으로 밀어 넣어야 튀어나온 조직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아니면 아예 들어가지 않아서 괴사와 극심한 통증이 동반되는 정도입니다. 출혈이 빈혈을 동반할 정도로 심해질 수 있고, 항문이 빠지는 듯한 불편감, 가려움증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수술이 필요합니다. 대개 2~3일 정도 입원을 하게 되고, 짧게는 3일에서 길게는 2주 정도 회복 기간을 보냅니다.

환자 분들이 병원 방문을 꺼리는 이유는 수술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텐데요. 아무래도 항문이 민감한 장기이기 때문에 수술 통증이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수술 후 통증은 환자마다 차이가 많은 부분인 만큼 무조건 두려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또한 치핵은 50대 이상에서 절반 넘게 앓을 만큼 아주 흔한 질환입니다. 최근에는 젊은 나이에도 흔하게 나타나고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병이므로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습니다. 초기 치료를 받는다면 수술 외의 방법으로도 충분히 완화가 될 수 있으니 전문의와 상의해서 정확히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치핵이 유발되거나 악화되지 않도록 하려면 화장실에서 보내는 시간을 주의해야 합니다. 화장실을 조금씩 자주가게 만드는 설사나 한 번 가서 오래 앉아 있게 되는 변비 모두 치핵을 악화시킵니다. 무리한 다이어트를 한다거나 해서 식사량 자체가 너무 적거나, 평소 식이섬유, 물의 섭취량이 부족한 분들은 변이 너무 딱딱해져서 치핵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변비나 설사가 생기지 않도록 채소 위주의 균형 잡힌 식사를 규칙적으로 해야 합니다. 화장실에서 스마트폰이나 책을 보는 습관도 매우 좋지 않습니다. 변기에서는 가능한 한 3~5분 정도 안에 마무리를 짓는 게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금연, 금주입니다. 많은 의사들이 습관처럼 술·담배가 나쁘다고 얘기하니 같은 얘기로 듣고 넘기실 수 있지만, 실제로 많은 환자 분들이 전날 과음 이후 악화돼 내원합니다. 약속이 많은 요즘 같은 연말, 치핵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는 음주는 더욱 조심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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