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장미
12월의 장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고운진 동화작가

뜨락에 장미가 피었다. 12월에 장미를 만나다니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한겨울에 어떻게 저런 빛깔을 뽑아냈을까 할 정도로 곱고 앙증맞다. 태양이 그리워서일까? 검붉은 색이 아니고 연분홍색을 띠고 있다. 장미꽃은 정열적인 6월의 태양을 먹고 피어야 제격인데 피어 있는 모습이 초라하기 그지없다.

이 어인 일일까? 뜬금없이 앵두꽃이 피더니 백 년 만에 한 번 꽃을 피운다는 소철도 피고 있으니 내 뜨락에선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행여 백 년 만에 한 번 피는 꽃을 보면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속설처럼 나에게 큰 행운을 가져다주려는 것이면 얼마나 좋으랴만 내 마음은 왠지 불편하기 짝이 없다.

백 년 전 영국인 식물학자가 세계에 알린 한라산 구상나무가 이젠 멸종위기종으로 관리되고 있는가 하면 감귤이 전라도와 중부지방에서 재배되고 자리돔이 강원도 동해에서 잡히고 있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이리라.

지구 온난화로 남극 빙하가 사라지면서 우리나라 기온은 2050년이 되면 평균 3도 이상 상승한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전국이 아열대 기후로 확대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초등학교 4학년 무렵으로 기억된다. 당시 나는 지금 살고 있는 중산간 오지마을(?)에서 폭설로 학교를 일주일이나 못 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겨울이면 1m 이상 눈이 쌓이는 것이 다반사였으니 지금은 상상도 못 할 일이리라. 이젠 겨울에 눈도 오지 않고 전국이 아열대 기후로 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온난화의 심각성을 망각한 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제주도에 울울창창했던 소나무 대부분이 사라진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재선충병이 원인이라고 단정하고 있지만 지구 온난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가 소나무를 말라 죽게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한대성인 소나무와 구상나무에 이어 극지식물인 시로미나 돌매화도 곧 사라질 날을 보게 될 것이다. 안타깝다.

눈이 1m 이상 쌓여 학교를 일주일간 못 갔던 기억이 새삼 새롭게 다가온다. 그 시절이 그립다. 배만 곯지 않는다면 걱정거리가 별로 없었던 옛날로 돌아가고 싶다. 종이마저 없어 보릿짚을 변소에 놓아두었던 그 시절의 생생한 자연생태계로 회귀하고 싶기에 하는 말이다.

내일이 동지이다. 동지섣달 긴긴밤이라고 했던가? 이제 동지가 지나면 밤이 길이가 점점 짧아지며 태양이 다시 부활하기 시작하리라! 그렇다. 팬데믹으로 우리를 힘들게 했던 신축년 한 해가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다. 내년에는 제발 코로나19가 사라지고 내 뜨락에서도 12월의 장미를 보지 않기를 기원해 본다. 아듀! 202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