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차브리스와 대니얼 사이언스가 공동 집필한 ‘보이지 않는 고릴라’를 보면 ‘자신감 착각’과 관련한 내용이 나온다.
체스선수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 결과, 조사 대상자의 21%는 자신의 현재 점수가 진짜 강도를 나타낸다고 답한 반면, 75%는 자신이 과소 평가를 받고 있다고 믿었다. 그만큼 사람들은 자신이 잘난 줄 알고 자신감 착각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자신감 착각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찰스 다윈은 “지식보다는 무지가 자신감을 더 자주 불러 일으킨다”고 말했다.
실력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실제보다 자신이 더 났다고 생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이 책은 또 “우리는 일을 잘하면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실수는 ‘우연’이나 ‘부주의’, 또는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판단에 반하는 증거는 무시하려고 애쓴다”고 지적했다.
▲제 20대 대선을 불과 70여 일 남겨 놓고 국민의힘이 다시 내홍에 휩싸였다.
이준석 대표의 당무 거부를 초래했던 ‘윤핵관(윤석열 후보 핵심 관계자)’ 문제가 울산회동으로 봉합된 지 18일 만이다. 이번엔 조수진 최고위원의 항명이 도화선이 됐다.
이 대표는 21일 기자회견을 갖고 공동선대위원장과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 사퇴를 선언했고, 조 최고위원도 일말의 책임을 느꼈는지 선대위 부위원장과 공보단장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이번 사태는 “후보의 말씀을 전하겠다”며 ‘호가호위(狐假虎威)’하고, “나는 (윤)후보 말만 듣는다”며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한 조 최고위원의 책임이 절대적이지만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윤핵관 문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렇다고 이 대표의 처신도 ‘진중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여론조사 결과 정권 교체 여론이 높게 나오는 것에 취한 때문일까.
일부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 역전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의 적전분열(敵前分裂)은 자신감 착각에서 비롯됐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능력에 비해 위험할 정도의 지나친 자신감은 어떤 일에 능숙할 때가 아니라 미숙할 때 나온다고 했다.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은 좋지만 ‘무조건 이긴다’는 자신감 착각은 패망의 지름길이다.
김승종, 서귀포지사장 겸 논설위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제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