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저무는 해를 바라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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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익 칼럼니스트

다시 한 해가 저물고 있다.

그것도 잘난 사람이나 못난 사람이나 구분 없이 다시 한 해를 보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언제나 그렇지만 올해는 코로나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특이한 점을 따지자면 코로나19가 현재진행형이어서, 언제 종칠지 몰라서 시도 때도 없는 마스크 착용의 생활이 답답하다.

세상살이가 험해져서 예기치 못한 상황이 우리를 슬프게 할지라도 아직은 좋은 일이 더 많다고 여긴다. 그래도 일 년이란 매듭 위에서 지나간 날들을 잠시 살펴보는 것도 유익한 일이다. 다시 저무는 해를 바라보라.

유머 하나를 던지고 본론으로 들어가려 한다. 제목이 체인점이다. 지하도에서 거지가 양손에 모자를 든 채 구걸을 하고 있었다. 그 앞을 지나가던 행인이 두 모자에 동전을 넣으며 거지에게 물었다.

왜 모자를 2개나 들고 있는 거죠?” 그러자 거지가 하는 말, “요즘 장사가 잘돼서 체인점을 하나 더 냈습니다.” 체인점까지 내는 거지가 있으랴마는 일견 그렇다는 얘기다. 그 체인점이 성업하기를 바란다.

다른 동물에 비해서 인간의 위대함은 여러 가지지만, 매듭을 지을 줄 아는 지혜 때문이다. 한 시간, 하루, 일 년 등의 매듭이 없었다면 인생 100세는커녕 80세를 바라보기도 힘들 것이다. 마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시포스의 형벌처럼 되었을 것이다. 매듭이 없이 정상에서 굴러 떨어지는 바위를 도로 굴려 올렸던 것은 절망이었을 뿐이다. 아무리 힘든 일도 매듭이 있고, 희망이 있으면 한때의 시련일 것이다. 아무튼 가는 해에 이루지 못한 사랑도, 희망도, 사업의 열정도 잠시 접으면서 새해를 위한 신발 끈을 고쳐 매야 할 것이다.

신발 끈을 고쳐 맨 사람은 아무래도 새해가 괜찮게 열릴 것이다. 신발 끈을 고쳐 매는 것보다 그냥이 더 편한 것이 우리들의 게으름이 아닐까. 신발 끈을 고쳐 매는 것도 용기다. 용기가 없음에는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다.

옛날 어느 나라에 욕심 꾼이 살았다. 왕에게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가 밟은 땅은 모두 그의 것이 되리라는 명을 받고 숨 쉬는 것도 아쉬울 만큼 부지런히 뛰었다. 저녁때가 되어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고 그 자리에 쓰러져 한 평 남짓의 땅만 신하의 것이 되었다. 욕심을 부리지 말고 천천히 걷기만 하여도 엄청난 땅이 그에게 굴러올 것을. 사실 우리도 욕심을 아주 버리면 사는 것이 사는 게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겠지만 말이다.

예전에 모닥불이란 대중가요가 있었다.

모닥불 피워놓고 마주 앉아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인생은 연기 속에 재를 남기고 말없이 사라지는 모닥불 같은 것/타다가 꺼지는 그 순간까지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인생은 연기 속에 재를 남기고 사라지는 모닥불의 비유에 오래 머물게 된다.

느닷없이 임을 위한 행진곡도 떠오른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독자 여러분, 다시 저무는 해를 바라보는 문 앞에 섰습니다. 영원히 다시 오지 않을 이 겨울에 모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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