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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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손자병법 ‘허실편(虛實篇)’에 ‘피실격허(避實擊虛)’란 말이 있다. ‘적의 강한 곳을 피하고, 약한 곳을 공격하라’는 말이다.

중국의 마오쩌둥(모택동)이 이를 잘 활용했다. 1940년대 초 농촌에선 대기근으로 굶어 죽고, 유리걸식하는 이들이 속출했다. 장개석의 국민당은 일본과 싸운다며 쥐꼬리만 한 구호 식량도 떼먹었다. 농사를 짓는 농민은 먹을 것이 없어 굶주렸지만, 국민당 군대의 창고엔 군량미가 가득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적에게 식량을 주지 않기 위해 후퇴하며 들판의 곡식을 불태워버리는 ‘견벽청야(堅壁淸野)’를 구사해 농민들의 원성을 샀다.

그 틈을 게릴라 전술의 대가인 마오쩌둥이 놓칠 리 없다. 막강한 전력을 갖춘 장개석과 전면전을 피하면서 농촌으로 들어가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도 ‘피실격허’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수성하려는 쪽이나 탈환하려는 쪽 모두 부동산을 가장 ‘허(虛)’한 곳으로 짚고 있다.

전국 토지와 전체 단독주택 중에서 샘플로 추린 내년도 표준지와 표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은 크게 올랐다. 이에 따라 개별 땅값과 단독주택의 공시가격도 대폭 오를 전망이다. 내년 3월 공개되는 아파트 공시가격도 마찬가지다.

이로 인한 후폭풍이 크다. 대선의 변수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공시가격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의 과세 기준이 되기에 세금과 연결된다. 국민건강보험료, 기초노령연금, 장애인연금, 기초생활수급자, 취업 후 학자금 장기상환 대상자 선정 등의 잣대이기도 해 누구는 복지 수급에서 탈락할 수 있다. 국민 상당수가 이해당사자이기에 다주택자들과 분리하는 ‘갈라치기’도 어렵다.

물론 토지와 주택 보유자로서도 공시가격은 ‘양날의 검’이다. 세금과 복지를 생각하면 오르는 것이 반갑지 않다. 하지만 혹시 모를 차후의 부동산 매매를 고려하면 오르는 것이 기쁘다. 그래도 전자가 많다. 어쨌든 여당으로선 약점이요, 야당으로선 공격 포인트다.

▲정부와 여당이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세 부담 상한 조정, 올해 공시가격 활용, 고령자 종부세 납부 한시 유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다분히 표심을 의식했다고 보이지만, 제대로 된 처방책이어야 한다. 처음엔 깎아주고, 나중엔 왕창 거둬들이는 조삼모사(朝三暮四)식이라면 손대지 않는 것이 낫다. 민심은 원숭이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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