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곤마핍’ 신축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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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유비는 촉한(蜀漢)의 초대 황제로 난세의 영웅이었다. 인(仁)을 바탕으로 한 겸손과 의(義)를 갖춘 신뢰로 삼국지의 주인공이 됐다. 허나 그의 세력은 조조의 위(魏)와 손권의 오(吳) 중 가장 약했다. 해서 유비는 인생의 3분의 2를 도망자 신세로 살았고, 피난길도 자주 올랐다.

그래서일까. 삼국지엔 유비가 피난길에 ‘날마다 도망치다 보니 사람이나 말이나 기진맥진했다’라고 언급한 대목이 나온다. 거기서 따온 사자성어가 바로 인곤마핍(人困馬乏)이다. ‘(먼 길을 달려와서) 사람과 말이 모두 지쳐 피곤하다’는 뜻이다.

▲코로나19가 창궐한 지 어느덧 만 2년이 넘었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는 순식간에 지구촌 곳곳에 퍼졌다. 그 과정서 수많은 사람들의 소중한 목숨을 빼앗아가며 전 세계를 패닉 상태에 빠뜨렸다. 변덕도 아주 심해 제대로 손 쓸 틈도 없이 각종 변이를 일으키고 있다.

최근엔 오미크론 변이가 위세를 떨치고 있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일상 회복의 문턱에서 새로운 변수를 만난 게다. 부스터 샷(3차 백신 접종)까지 마쳤더라도 불안감이 영 가시지 않는다. 돌파 감염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코로나 공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사실 힘든 여건 속에서 신축년 새해를 맞은 국민들은 빠른 일상 회복을 기대했다. 한데 종식은커녕 1년 내내 교활한 바이러스의 습격에 시달려야만 했다. 방역 당국의 노력에도 코로나19는 자신의 모습을 쉴틈없이 바꾸며 우리를 옥죄었다.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오죽했으면 병상이 부족해 길 위에서 임종하는 불행한 일이 생겼을까. 대다수 국민들은 코로나19를 피해 다니느라 심신이 지쳐 있고 피곤한 상태다. 그럼에도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권력을 향한 이전투구(泥田鬪狗)의 난장판 싸움이 한창이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그 해를 함축적으로 정리한 키워드가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그중 우리 사회의 집단지성인 교수사회가 추천한 사자성어가 단연 빛난다.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묘서동처(猫鼠同處)를 선정했다.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필자에겐 2위에 뽑힌 인곤마핍이 가슴에 더 와닿는다. 우리의 처지가 딱 ‘인곤마핍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2년째 이어진 코로나와의 사투로 2021년은 나라도, 온 국민도 피곤한 한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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