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두구육(羊頭狗肉)과 공수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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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서귀포지사장 겸 논설위원

양두구육(羊頭狗肉). 양의 머리를 걸어 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의 고사성어다. 겉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속은 변변치 않거나 형편없을 때 하는 말이다. 옛날에 양고기는 비싸고 좋은 고기, 개고기는 값싼 고기로 여겼기 때문이다.

▲이 말은 송(宋)나라 때 저술된 ‘오등회원(五燈會元)’에서 유래됐다. 춘추시대 제(齊)나라 ‘영공(靈公)’이 여인들의 남장을 좋아하자 제나라 여인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남자 복장을 입기 시작했다. 이를 알게 된 영공이 남장을 금지시켰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영공이 안자(晏子)에게 그 이유를 묻자 안자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군주께서 궁궐 안에서는 여인들의 남장을 허락하시면서 궁 밖에서는 못하게 하십니다. 이는 문에 소머리를 걸어 놓고 안에서는 말고기를 파는 것과 같습니다. 왜 궁 안에서는 금지하지 않으십니까? 궁중에서 못하게 하면 밖에서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영공이 궁중에서도 남장을 금하자 제나라에 남장 여인이 없게 됐다고 한다.

세월이 흐르며 소머리는 양머리로, 말고기는 개고기로 바뀌어 구전된 것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공수처 비판 기사를 쓴 기자와 기자 가족, 야당 정치인, 학회 회원 등을 대상으로 무차별적 통신사찰을 벌인 사실이 드러나 궁지에 몰렸다. 지금까지 밝혀진 통신사찰 인원만 기자 131명, 야당 정치인 70명, 일반인 등 총 230여 명에 달한다.

이에 야당은 공수처장의 사퇴와 공수처 해체를 요구하고 나섰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공수처의 불법 행위에 책임있는 자들에 대해서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며 날을 세웠다. 반면 청와대나 여당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공수처는 “적법 절차에 따랐다”고만 해명하다가 2주 만에야 유감 표명을 했을 뿐이다.

▲검찰 개혁의 산물인 공수처는 지난 1월 21일 공식 출범했지만 태동 전부터 정치적 중립성을 놓고 논란이 적지 않았다. 김진욱 공수처장도 이를 의식한 듯 인사청문회에서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을 철저히 지키고 고위공직자 비리를 성역없이 수사하겠다. 흔들리지 않고 좌고우면하지 않고 국민만 바라보겠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김 처장의 말대로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고, 국민만 바라보면서 수사하고 있을까.

출범 1년을 앞둔 공수처, 겸허히 국민들에게 길을 묻고 존재의 이유를 찾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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