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년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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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누군가 그랬다. 아이들의 시간은 바람에 흔들리는 깃털처럼 더디고, 어른들의 시간은 쏜살같이 빠르다고. 20대엔 20㎞, 40대엔 40㎞, 60대엔 60㎞ 식으로 세월의 속도는 나이와 비례한다는 것이다. 세월이 빠르다고 느끼기 시작한다면 이미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란다.

멀어져가는 젊음을 향한 안타까움 탓일까. 아니 벌써 하는 순간 어느새 한 해의 끝자락에 와 있다. 한 해가 또 시작되나 싶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언간에 세밑을 맞았다. 새삼 속절 없는 세월을 실감한다.

누구나 한 해의 마지막 날엔 감회에 젖어 지난 일을 되돌아보는 건 인지상정이리라. 그럼에도 늘 그렇듯 뿌듯한 즐거움이나 목표를 성취한 보람보다는 별로 이룬 게 없다. 또다시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과 회한의 마음이 앞설 따름이다.

▲연초 계획과 달리 노력한 결과가 뜻과 같지 않아서 힘겨워 하는 이들을 본다. 하지만 잃어버리는 게 있으면 얻는 게 있는 것도 우리네 인생사다. 잃어버린 것들의 소중함을 깨달은 것만도 성과일 터다.

투병 중이던 윤중호 시인은 버스 타고 오지를 지나다 외딴집 흙담에 매달려 흔들리는 시래기를 봤다. “곰삭은 흙벽에 매달려 찬바람에 물기 죄다 지우고 배배 말라가면서, 그저 한겨울 따뜻한 죽 한 그릇 될 수 있다면”이라고 유언처럼 시를 쓴 후 그는 세상을 떴다.

안도현 시인도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이 되지 못하였네”라고 했다. 자신을 불살라 그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영혼의 마중물이 되지 못한 아쉬움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산에 오를 때 보지 못한 꽃을 지쳐 내려올 때에야 접한 깨우침 같은 것이 아닐까.

▲하루가 지나면 검은호랑이의 해 임인년(壬寅年)의 태양이 떠오른다. 늘 그렇듯 내년도 만만치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다. 국내외 여건 어느 것 하나 녹록지 않다. 코로나19와 경제 상황은 더 안심할 수 없다. 저마다 있는 자리에서 마음을 다잡고 맞서는 게 중요하다.

특히 봄이 올 즈음 대한민국 운명을 가를 대선과 지방선거가 잇따라 치러진다. 최선이 없다면 차선을 선택해 희망과 비전의 국가로 나아가길 고대한다.

한 해를 맞는 건 다시 길을 걷는 일이다. 사람이 많이 다니면 길이 되듯 절실하게 갈구해야 희망의 싹이 트는 것이다. 뿌린 것이 있어야 거둘 게 나온다는 것이 진리 아닌가. 새해엔 올해보다 더 많은 소망을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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