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호랑이의 재치와 슬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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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병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사
"호랑이 기지로 코로나19 극복"

200년 전 1822년(순조 22년) 제주도에 돌림병이 유행해 수천 명의 목숨이 위태로운 적이 있었다. 당시의 전염병을 정확하게 진단하기가 어렵지만, 대체로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이었다. 조선시대에 유행했던 감염병을 역질, 괴질, 역병, 역려 등으로 불리었으며, 호랑이 이빨에 찔릴 정도로 가혹한 병이라고 해서 ‘호열자(虎列刺)’라고도 하였다.

사실 호랑이는 가축이나 사람을 해치는 매서운 맹수이며, 동물원에서 만나도 심장이 멎을 정도로 섬뜩하다. 호랑이의 담대한 기운 탓일까. 그렇게 무서운 동물이지만, 호랑이는 민화, 산신도, 문자도 등에도 곧잘 나온다. 호랑이의 기지와 용맹성을 빌어 인간세상의 재난이나 사악함을 물리치기 위함이다. 비록 한라산에는 호랑이 살고 있지 않지만. 제주 초가를 지을 때 상방 천정에 용호상량문을 상량할 때에 호랑이가 등장한다. 대들보에 호랑이 글자를 새겨 넣어서 집안으로 들어오는 악귀와 잡귀를 막아내는 벽사(辟邪)의 의미를 지니게 한 지혜이다.

지난 2019년 겨울에 나타난 코로나 팬데믹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전 국민 백신 접종시대에 불구하고, 돌파감염에 꼼짝달싹 못하고 있다. 자연은 알고 있다. 어디 코로나뿐일까. 지금 이 순간에도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려는 무책임한 암세포들이 득실거리고 있다. 자연은 파괴하려는 자보다는 지키려는 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니 암세포는 어두운 곳과 우둔한 자들을 찾아내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200년 후 2222년에 지금의 제주는 어떤 기록으로 남을까. 검은 호랑이해를 맞아 코로나 소멸과 일상회복을 위한 각오가 새로워야 한다. 마냥 암흑세계를 묵인하다간 더 크게 암울해질 수 있다. 선인들이 호랑이의 담대한 기지와 기운을 통하여 국난을 이겨냈듯이, 모두가 호랑이처럼 눈을 부릅뜨고 사악한 무리를 감시해야 한다. 거리두기, 집합 금지, 존중과 배려 등 고강도의 방역수칙 준수만이 국난 극복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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