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일상에서 휴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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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애현 수필가

임인년 새해를 맞았습니다. 먼저, 올 한 해 독자 여러분 가내 두루 평안하시기를 마음 모아 기원합니다. 반복하며 저물고 시작되는 시간들이지만 새해를 맞는 일은 새롭다는 의미 외에 또 하나의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다는 가능성도 함께 가질 수 있어 우리를 항상 달뜨게 합니다.

십간과 십이지를 결합한 육십갑자를 돌다가도 남는 시간을 개인적으로 보냈습니다. 그러는 동안 매년 돌아오는 새해는 이렇게 희망으로, 혹은 새로움이란 단어가 주는 유의미함과 마주하게 되지요. 이렇다 하게 이룬 것은 없어도 지난 것은 지나간 대로 두고, 또 다른 설렘과 마주하는 것도 기분 좋은 일입니다.

새해라 하여 특별히 좋은 일만, 그것도 즐겁고 행복한 날만 이어진다고 하면 누가 삶을 힘들다 하겠습니까. 지나간 시간들을 되작여 보면 올해도 여느 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예견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든 삶 속, 어느 곳에서는 오래도록 소원하던 일이 생각지 않게 앞당겨지는 기쁨도 있을 터이고, 아픈 가족이 있다면 그 아픔을 이겨낼 수 있도록 온 가족이 힘 모아 병마를 물리칠 수 있는 가족애도 맛볼 수 있겠고, 또 어디에서는 새로운 생명의 탄생으로 가족이 느는 기쁨 등 각각의 삶의 모습처럼 다양한 무늬로 우리의 삶도 펼쳐지겠지요.

삶이란 무엇인가요? 보낸 세월을 생각하면 쉬 설명이 될 것도 같은데, 정리해서 말하려면 시작도 끝도 어렵습니다. 오래전, 그때도 이 질문의 무게는 매한가지였나 봅니다. 철옹성같이 단단하게 무장된 질문에 쉬 나서기가 어려웠던지 ‘삶은 계란이다’라며 어디서 들었던 말을 패딩점퍼에서 솜털 빠져나오듯 누군가 가뿐히 말해 나풀거렸답니다. 무거운 질문에 대답은 싱겁고 성글었지요.

우스갯소리를 들으며 우문에 현답이라고 박장대소하는 사람도 있었고, 생뚱맞다는 표정을 짓는 사람도, 허허실실 풍선 바람 빠지듯이 웃고 마는 사람도 있었지요. 그것뿐이겠습니까. 대책 없는 말에 정색하며 도끼눈으로 흘기듯 바라보다 어쭙잖게 시선을 거두는 이도 있었답니다. 이 짧은 말에 각각의 얼굴만큼이나 반응하는 모습도 다 달랐던 것입니다.

색깔이 좀 다릅니다만 ‘아지랑이는 본래 물이 아닌데, 목마른 사슴은 알지 못해 부질없이 헤맨다.’는 말처럼 삶의 한 귀퉁이를 베어내며 잡힐 듯, 잡지 못할 것에 한동안 비틀거린 적이 있습니다. 지나고 보니 삶이란 여정에 각주 하나 달아 놓았을 뿐, 여느 해와 크게 다를 것도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온전히 잘라 내다 버린 시간 또한 아니었지요. 이처럼 삶은 부러지게 설명할 수 없다는 또 다른 반증이 아닐까 합니다.

올해는 그 삶이란 것이 생각하는 색깔과 좀 엇나가더라도 편안히 놔둘 생각입니다. 구미에 딱 들어맞지 않으면 어떻습니까. 삶에 정답이 없다는 말에 기대어 소소한 것은 일부러라도 여유로운 척해볼까 하고요.

앞만 보며 걸었던 길, 되돌아갈 요량으로 올해는 작정하고 천천히 가볼 생각입니다. 서둔다고 안 될 일이 될 리도 만무하지만, 조금 늘어진다 한들 크게 잘못될 일도 없다는 것, 지나온 세월의 가르침도 있으니 말입니다. 혹시 압니까. 인생은 여행과도 같다는데 걷다 보면 층층이 내려앉은 먹구름 사이, 그 틈으로 파란 하늘빛과 마주하는 행운도 있을지 모를 일이니까요.

임인년 그 여유 속으로 함께 나서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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