궐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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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찬 수필가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축복은 내일을 베일로 가려놓은 것이라고 한다. 베일 너머에는 행복이 기다리고 있다는 희망으로 살아간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살얼음 딛고 지나면서도 임인년 세계적으로 10마리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희귀한 흑호의 해를 맞아, 호랑이 기운으로 파이팅하여 모든 액을 훌훌 벗어던질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새해 첫 논단이 수요일이라는데 문득 지난해 궐기대회가 연상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에 따른 규탄 및 철회를 요구했다. 제주시 관내 96개 마을 이장의 두 번째 궐기대회다. “인류의 귀중한 자산이고 후손들에게 물려 주어야 할 바다에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하는 것은 인류에 대한 배신행위로 절대 용납할 수 없음을 분명하게 밝힌다.” 선창하면 두 주먹을 하늘 향해 치켜올리며 분명하게 밝힌다. 목청껏 외쳐댔다.

이어지는 구호들, 강력히 규탄한다. 철회를 강력히 촉구한다. 인접국과 협의 결정하라. 강행 시에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강력히 대응할 것을 표명한다. 선창에 따라 길 건너 재 제주시 일본영사관 내부까지 들리도록 한목소리로 외쳤다. 일본 자국민들도 반대하고 특히 수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적극 반대를 하고 있다. 수산물 수출에 의존하는 이들은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10년 전 동일본 대지진으로 원전 냉각장치가 고장 났고 원자로 균열로 빗물과 지하수 유입으로 오염수가 발생 1000여 개 저장 탱크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더 보관할 곳이 없다고 2021년 4월 13일 오염수 해양방출을 결정했다. 시기는 2022년 여름부터 30년에 걸쳐 방류한다는 것이다.

과학적인 방법을 총동원해 피해를 줄인다지만, 제거할 수 없는 물질도 포함된다는 것을 그들이 모를 리가 없다. 바다에 방류하여 인류가 겪을 재앙을 나 몰라라 하는 몰염치한 행위다. 가까우면서도 가장 먼 나라 일본, 우리의 역사에 친근한 내용이라고는 한 페이지도 없다.

오염된 수산물을 섭취하면 유전자변형, 세포사멸, 생식기능 저하까지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방류 200일이면 제주 해안에 도착할 것이란 전망이다.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방류와 관련한 바다는 방사성 쓰레기장이 아니라고 수년간 주장하여 결국 중단시킨 나라가 일본이고 바다에 버리지 못하게 규정을 강화한 나라가 일본이다. 이보다 몰염치한 나라가 또 어디 있는가.

방류를 시작한다는 여름도 바로 코앞이다. 정부는 강한 유감과 함께 필요한 조치를 다 하겠다고 하지만, 미덥지만은 않다. 미국이나 유럽 쪽은 느긋하고 별걱정 없는 표정이다. 거리상 조금은 안심하는 듯하다. 정부는 방류가 최선이라면 동해가 아니라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실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임(壬)자가 들어있는 해 중에 임진왜란과 충무공이 떠오른다. 흑호가 아니라 충무공 호랑이가 되어 일본의 만행을 쳐부숴야 한다. 만사를 제쳐두고 나선 제주시 이장들이 원전 오염수 방류가 인류의 재앙이라고 규탄대회를 하는데 정작 선량이라 우쭐대던 사람과 행정에선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직접 수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반응도 없다. 사전에 철저한 방어가 사후 승리와는 비교할 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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