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기를 돋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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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언, 시인·수필가

한파가 기습할지 모르지만, 나는 어디선가 걸어오는 봄볕을 생각한다. 시련을 건널 수 있는 건 작은 희망의 불씨라 믿기 때문이다. 그날이 그날 같지만 두 번 되풀이하지 않는 게 삶이고 시간의 법칙일 테다.

새해를 맞으면 사람들은 소망을 품고 출발한다. 이루고픈 꿈을 되새기고 습관을 헤아리며 다짐을 한다. 임인년을 맞아 나의 소망이 무얼까 생각해 보았으나 특별한 게 없다. 그저 무탈하게 지낼 수 있기를, 피붙이나 지인들 모두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이 앞선다. 아울러 코로나 종식에 대한 염원은 간절하다.

기왕이면 기쁨을 누리며 잘살기를 바라는 게 일반인의 소망이 아닐까 싶다. 잘산다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인생에 정답은 없으니까 스스로 만족할 수 있으면 충분하리라. 흔히 말하길 나누고 베푸는 삶, 선행은 죽음에서도 동행한다니 그런 삶은 금상첨화일 테고.

베푸는 건 재물로만 이뤄지는 건 아니다. 때론 따뜻한 한마디가 절망하는 사람에게 위로가 되고 기운을 돋우기도 한다. 그러기에 부처님은 무재칠시를 일렀고, 피에르 신부는 실명으로 봉사할 수 없음을 한탄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당신 인생의 마지막 1분까지도 당신은 당신에게 식기를 들고 오는 친구에게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것이고 그 미소가 그날 하루 동안 그가 해낼 몫의 일을 할 수 있게 돕는다면 당신은 이미 봉사를 한 것입니다.”

가까운 사람에게 특히 가족에게는 자존감을 심어주는 말이 으뜸이라 하지 않는가. 올해는 나도 모르게 좋은 말만 튀어나왔으면 좋겠다. 그것은 나에게 메아리로 돌아와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지난해에는 뜻밖의 선물을 받고 기뻤던 적이 있다. 단골로 다니는 병원에 수필집 두 권을 들고 가 간호사에게 전했더니 원장님이 독서를 좋아하신다며 한 권을 원장님에게 전하는 것이었다. 이내 원장님은 나에게 서명을 부탁하기에 기꺼이 응했다. 한 달 후 약 처방을 받으러 갔을 때 원장님은 책을 잘 읽었노라며 고급 차 세트를 준비했다가 건네주었다. 그때 원장님의 인품을 새롭게 그려보며 믿음이 더 가게 되었다. 단순히 돈을 매개로 하여 의료 서비스를 주고받는 직업관이 아니란 걸 느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둘째 처남이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생깁니다고 소식을 전해왔다. 한때 사오정 오륙도란 말이 번지기도 했지만, 처남은 대기업에서 환갑이 되어 정년을 맞고서도 1년 더 근무하는 진기록을 세우고 지난 3월 회사에서 나왔었다. 그런데 올해부터 다시 신규채용되어 123층 빌딩으로 출퇴근하게 되다니 큰 영광이라고 한다. 하기야 석유화학 공장을 설계하고 건설하는 데 아무나 참여할 수는 없을 테고, 엔지니어로서 회사 일에 얼마나 열정적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열심히 사는데도 나는 왜 이럴까 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인생이란 원래 불공평하고 뜻대로 안 되는 것이 동력의 근원일지 모른다. 이럴진대 누굴 원망한단 말인가.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노라면 다음 생에서라도 행운이 넘쳐날지 누가 알겠는가.

자연은 신의 숨결이라 한다. 동면에 깊숙이 빠진 분재가 있는가 하면 모과나무는 벌써 푸른 움을 틔우고 매화류는 앙증맞게 몽우리를 달고 있다. 본능인지 숙명인지 다들 가고 있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 보내시길 삼가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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