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수분 공약
화수분 공약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고동수 논설위원

마이크로타깃팅(micro targeting·세부 공략)은 유권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공약으로 표심을 얻으려는 선거 기법이다. 극도로 세분된 유권자 집단을 겨냥해 문자 메시지나 메일, 전화, 텔레비전, 웹 광고 등을 활용한다.

2012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버락 오바마 후보에 의해 처음 사용됐다. 당시 오바마는 재선에 출마하면서 SNS 사용자 수와 아이폰 사용자 수가 급증한 사실을 주목했다. 이를 분석해 유권자의 구미에 맞는 ‘맞춤형 공약’을 내놓아 효과를 봤다.

오는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유력 후보가 한국형 마이크로타깃팅으로 격전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소확행 공약’을 발표하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심쿵 공약’으로 맞서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탈모 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자 탈모인 커뮤니티가 들썩이고 있다. 국내에서 탈모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대략 1000만 명에 이른다. 약을 먹거나 아니면 고민하는 이들이 이 정도로 많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일자리가 없고, 미래에 대한 걱정이 크다 보니 탈모 스트레스도 커지고 있다. 이 점을 타깃으로 했다. 임플란트 공약도 마찬가지다. 현재는 2개까지 보험 적용이 되지만, 4개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윤석열 후보가 밝힌 반려견 놀이터와 쉼터 확충 공약도 관심을 끌고 있다. 반려견의 스트레스 해소와 복지에 대해 높아진 관심을 정조준한 것이다. 물림 사고, 소음 문제 등으로 인한 비반려인들과의 갈등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1인 가구 증가로 반려동물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국내에서 7곳 중 1곳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라는 통계도 있다. 그 인구만 1500만 명에 이른다. 택시 운전석에 보호 칸막이 설치도 정밀 타깃형이다.

▲선거는 기본적으로 표를 얻어야 한다. 수요가 있는 곳에 적절한 공약은 필요하다. 유권자들의 관심도 안보·외교·경제 등과 관련한 대형 공약 못지않게 자신을 위해 뭘 해주겠다는 발언에도 쏠리는 추세다.

대선이 50여 일 남았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겠다거나 ‘심장이 쿵쿵 뛸 정도로 설레게 하겠다’라는 공약이 화수분처럼 마르지 않고 쏟아질 것이다. 혜택을 늘리려면 증세가 불가피하지만, 이에 대해선 언급이 없다.

민심은 냉정할 필요가 있다. 미리 김칫국을 마시며 설레발 칠 일은 아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