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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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숙, 제주복식문화연구소장

한 해가 저물어 가면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묵은 때를 씻어내고, 집안 구석구석 쌓인 먼지도 털어내지만 무엇보다도 마음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자 애를 쓴다. 새해에는 좀 더 나아지길 바라며 희망을 품고 기대하며 정성을 다하는 마음에서다.

올해는, 올해는 하면서 세월만 보내다 문득 돌아보니 해는 서산으로 가고 있는데 내 마음은 갈팡질팡 두마음이 싸움만 하고 있다. 이제는 살림에 전념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불쑥 그렇게만 사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편하지 않다. 살림을 만지며 곱게 가꾸어가는 것도 분명 의미 있는 일인데도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아마도 나를 더 드러내는 삶을 바라보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이쯤에서 물어본다. 내가 진정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삶은 어떤 것인지, 그 물음으로 새해를 맞아 하나씩 골라내며 가보려고 애를 쓰고 있다.

며칠 전 소한에 갑작스런 추위가 찾아와 옛말에 소한 추위는 꾸어다가도 한다는 말이 실감났다. 마음을 다짐하고 출발한 새해 첫 절기에 찾아온 추위처럼 가고자 하는 길에 걸림돌이 있을 수 있지만 방향을 잡고 걷는다면 더디더라도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새롭게 출발하려고 신발을 채 신기도 전에 시간은 벌써 저만치 도망가듯 달아나고 있다. 어느새 하다가 또 일 년이 될 텐데, 아직도 시간을 가로채가는 것을 털어내지 못한 탓인지 하루를 빈손으로 보낼 때가 많다. 오늘도 다 저물어 가는 태양을 바라보며 하루 동안 내 삶에 무엇을 담았는지 물어본다. 담고 싶은 것들이 아직도 많은데 쏜살 같이 해는 넘어가고 말았다.

하루하루가 무엇을 채웠는지가 우리의 삶인데 많은 것들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 삶에 끼어들어 마음도 시간도 가져가버리고 있다. 그러나 그런 상황도 피할 수 없는 우리가 넘어야 할 산이라면 넘어서야만 하는 것을. 다만 서로가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도착하는 목적지는 다를 것이다.

지금도 세상은 여전히 코로나로 더 어려워 모든 것이 멈춰버릴 듯하다. 마치 땅도 얼고 물도 얼어 온 세상이 꽁꽁 얼어버린 것 같이. 그러나 꽁꽁 언 땅속에는 씨앗들이 움 틀 채비를 하고 있듯 우리의 삶도 멈춰 움직일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서있을 때 비로소 새 길 찾을 기회였음을 사람들은 말한다. 봄은 혹독한 추위 끝에 오는 것처럼 혹독한 삶의 자락에는 희망의 싹이 움트고 있음을 기억하며 우리 모두 올해는 그 희망의 끈을 꼭 잡고 다시 일어서길 바래본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아름다운 삶을 그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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