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판 런닝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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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동철, 편집국 부국장

런닝메이트 제도는 1864년에 나왔다. 당시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링컨은 남북전쟁으로 분열된 국가를 통합하기 위해 부통령 후보인 민주당의 앤드류 존슨과 연합, 선거에서 승리했다.

1960년 동북부 매사추세츠주의 가톨릭 신자였던 민주당 대선 후보 존 케네디는 부통령 후보로 남부의 텍사스 주 상원의원이자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린든 존슨을 지명했다.

이처럼 런닝메이트 대선 후보의 지역과 종교, 이념의 간극에 균형을 잡아주며 약점을 보완해줬다.

더불어민주당 송재호(제주시갑)·위성곤(서귀포시)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해 최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심사 중인 제주특별법 개정안에는 행정시장 예고 의무화가 포함됐다. 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는 반드시 2명의 행정시장(제주시·서귀포시장)을 사전에 지명하도록 한 것이다.

제주판 런닝메이트 제도 도입에 대해, 송 의원은 “기초단체·기초의회 부활을 원하지만,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런닝메이트는 시장 직선제로 가기 위한 준비단계”라고 했다.

16년 전인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4개 시·군과 기초의회가 사라졌다. 복잡한 행정계층구조를 단일화해서 신속한 의사결정을 이루게 하는 단일 광역 자치안을 당시엔 ‘혁신안’으로, 4개 시·군 유지안을 ‘점진안’으로 불렀다.

‘혁신안’과 ‘점진안’. 명칭부터 공평하지 않은 안건을 주민투표에 부쳤다.

이 혁신안으로 행정시가 태동했다. 행정시는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되는 ‘법인격’(法人格)을 부여받지 못했다. 사람으로 치면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지 못한 셈이다. 그래서 행정시장에게는 제주특별법 상 인사권과 예산권이 주어지지 않았다.

2020년 6월 시장직에서 떠나는 자리에서 고희범 제주시장은 “제주시보다 인구가 훨씬 적은 강원도 인제군수가 할 수 있는 일을 제주시장은 하지 못 한다”며 행정시의 한계를 토로했다.

그동안 지방선거를 앞두고 행정시장 예고제는 유명무실했다. 행정시장 예고제가 강제 규정이 아니라 임의 규정이기 때문이다.

행정시장 예고제가 도입된 이후 2006년과 2010년, 2014년, 2018년 네 번의 제주도지사 선거가 치러졌으나 행정시장을 예고한 선거는 2006년 5·31지방선거(민선 4기) 단 한 번뿐이다.

그러다보니 민선 4·5·6기에서 평균 임기를 보면 제주시장은 1년 6개월, 서귀포시장은 1년 2개월에 머물렀다.

2017년에는 임기가 1년 남은 서귀포시장을 교체하고, 임기 10개월의 새 시장을 임명하기도 했다. 시장이 자주 바뀌다보니 시민들도 누가 시장을 했는지, 뭘 했는지 알지 못한다.

행정시장의 임기는 2년으로 보장됐으나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았고 대다수는 ‘단명(短命) 시장’으로 퇴임했다. 한 행정시장은 퇴임을 앞두고 “임기 2년의 시장이 안정되고 제대로 된 정책을 펼칠 수 있겠느냐”며 쓴 소리를 했다.

지방자치법은 인구 50만명을 넘은 기초자치단체를 ‘대도시’로 분류, 각종 결정 권한과 특례를 준다. 제주시 인구는 50만명이 넘었지만 대도시라는 타이틀 대신 ‘행정시’라는 명찰을 달고 있다.

인구 50만 이상 도시 협의체인 전국대도시시장협의회에는 경기(10)·경상(3)·충청(2)·전라(1) 등 등 전국 16개 시가 가입했다. 제주도의 하부 행정기구로 법인격이 없는 제주시는 가입하지 못했다.

시민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해야 할 시장을 시민의 손으로 뽑지 못하고 정치·정략·정당에 따라 계속 임명해서야 되겠는가. 민심이 천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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