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와 동물 복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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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위원

‘파울’이라는 이름을 가진 문어가 있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축구 독일 조별 리그전부터 결승전까지 8경기 승패를 모두 맞춰 적중률이 100%에 달했다. 파울은 그해 10월 26일 자연사했다. 독일 오베르하우젠 수족관에는 파울 추모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조형물에는 “월드컵 8경기의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했으며 8만842마리의 새끼를 남겼다”는 창의적인 글이 새겨져 있다.

문어는 연체동물이면서 두족류 낙짓과에 속하는 바다생물이다.

영어로는 옥토퍼스라고 하는데, 여기엔 폭넓게 강력한 지배력이나 조직을 갖는 단체라는 뜻도 있다.

그래서 이탈리아 마피아와 관련된 ‘옥토퍼스’라는 영화 제목도 있다.

조직을 자르면 또 생기는 것이 문어 다리의 뛰어난 재생력을 비유하는 것이 아닌가싶다.

▲외계인으로 생각할 만큼 이상하게 생긴 문어의 지능은 무척 뛰어나다고 한다. 문어를 병 안에 넣고 마개를 닫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문어는 병 안에서 다리를 이용해 마개를 반대로 돌려 탈출한다.

이 뿐만 아니라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을 정도로 조그만 틈새로 몸을 조금씩 줄이면서 빠져나가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어떤 전문가들은 문어의 지능이 강아지만큼 뛰어나다고 한다. 이러다가 언젠가 문어를 애완동물로 키우는 사람도 있겠다.

▲그런데 문어는 맛있다. 소주나 맥주 한 잔에 안주로 짭짤한 문어 양념꼬치를 입에 물면 기분이 좋아진다. 삶은 문어를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담백하다. 라면을 끓이는데 문어를 넣으면 국물이 시원하다.

문어 먹기를 기피하는 북유럽인과 게르만 민족, ‘지느러미와 비늘이 있는 생선’만 먹는 유대인들은 문어의 참맛을 모를 것이다.

그렇지만 먼 훗날에도 지금의 방식으로 문어를 요리할 수 있을까.

영국 정부가 최근 문어와 게, 바닷가재 등을 동물 복지법에 포함키로 하고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척추동물 중심의 보호 대상이 두족류 등까지 확대된 것이다. 법이 개정되면 문어를 산 채로 끓는 물에 삶는 조리법이 금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 충격이나 냉동으로 기절시킨 후 조리하는 방식이 도입될 것이다. 1991년에 제정된 우리나라의 동물보호법은 척추동물만이 보호 대상이다. 그런데 식용 목적의 동물은 제외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동물복지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먼 훗날 ‘라떼는 문어를 이렇게 저렇게 요리해서 먹었는데’라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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