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환자에서 치매와 혼동하기 쉬운 섬망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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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민 제주한라병원 권역외상센터장
조현민 제주한라병원 권역외상센터장
조현민 제주한라병원 권역외상센터장

의식과 지남력(날짜, 장소, 사람에 대한 정확한 인식)의 기복을 주된 특징으로 하는 질환인 섬망은 외상, 수술, 신체 질환, 약물, 알코올 등으로 인해 뇌의 전반적인 기능장애가 발생하는 복합적인 신경정신 증후군이다.

섬망증을 쉽게 설명하면 정신착란을 보이는 신경정신질환으로 주의력 저하와 의식수준, 인지기능 저하를 특징으로 하며 그 외에도 환각 혹은 환시와 같은 지각의 장애, 비정상적인 정신운동 활성, 수면 주기의 문제가 동반되기도 한다.

환자가 갑자기 오늘이 몇 월 몇 일인지 혹은 무슨 요일인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평소 자주 다니던 장소가 갑자기 낯설게 느껴진다, 나도 모르는 갑작스러운 공격성이나 불안감이 몰려와 일상생활이 어렵다 등을 호소하는 경우 섬망증을 의심할 수 있다.

섬망증은 주의력, 인지력 저하를 시작으로 다양한 증상을 나타내는데 의식장애로 구분되며 치매와 달리 섬망 증세는 갑자기 나타나 수일간 지속되다가 원인이 교정되면 다시 회복되는 차이가 있으므로 주변의 지나친 걱정과 막연한 불안보다는 섬망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기초로 한 가족들의 관심과 지지가 매우 중요하다.

섬망은 유발 원인이 매우 다양하고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으로 병원 전체 입원환자의 10~15%, 중환자실 입원환자의 70~80%에서 겪는 비교적 흔한 증상이며 증상의 차이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섬망 증세의 주요 원인으로는 중추신경계 이상(뇌졸중, 뇌손상, 머리 외상 등), 감염, 발열, 저혈당, 저산소증, 약물(항우울제, 히스타민, 수면제 등) 부작용, 알코올 중독, 대사장애, 심혈관계 질환 등 병원에 입원하는 모든 질환에서 발생 가능하지만 그 중에서도 더 흔하게 나타나는 경우는 수술 후, 고령, 머리 외상, 약물 중독 또는 약물 금단상태 등이다. 또한 원인에 있어서 연령에 따른 차이가 있는데 청소년의 경우는 약물 혹은 알코올 중독이 많고 노인에 있어서는 외상, 기저질환, 수술의 영향 등을 고려해야 한다.

섬망의 증상은 시간, 장소에 대한 지남력 저하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상대적으로 사람을 알아보는 지남력은 유지된다. 그 외에도 의식의 장애로 인한 수면장애, 환각 혹은 환시, 집중력 저하, 피해 망상, 비논리적 사고, 산만함, 불안 초조, 공격성, 돌발 행동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섬망 증상은 주로 늦은 시간 혹은 밤에 더 심해지고 낮 시간에는 호전되는 양상을 보인다.

기억은 오래 전 기억은 비교적 유지되나 최근 기억이 특히 악화되고 말이 어눌해지거나 실어증 등의 언어장애나 횡설수설하는 양상의 사고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증상들은 수시간에서 수일에 걸쳐 급격히 일어나며 하루에도 증상의 정도가 주기적으로 변하는 특징이 있다.

노인 환자의 섬망 치료는 뇌 손상 혹은 머리 외상이 있을 경우 약물치료, 응급수술 등의 즉각적인 처치가 필요하며 환각 혹은 환시와 같은 정신병적 증상과 불면증을 조절하기 위해 약물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중추신경계에 이상이 없는 경우에도 뇌기능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한데 섬망 증상이 나타나면 우선적으로 주변 환경을 불안하지 않게 조절해 주고 자극적인 요소들을 제거해야 한다.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달력과 시계를 옆에 놓고 날짜와 시간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며 옆에서 계속 질문을 하면서 기억력과 인지능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한 안경이나 보청기를 사용하고 있다면 이를 제공하여 감각 장애를 교정해야 한다. 가족 사진과 같은 환자에게 친숙한 물건을 곁에 두도록 하는 것과 동시에 낮에 활동을 격려하고 저녁에 잠을 자도록 하여 수면 각성 주기를 유지하도록 한다.

섬망의 원인에 대한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면 1~2주 이내에 증상이 호전되는 양상을 보이지만 기저 원인이 존재하는 한 지속될 수 있다. 고령의 환자이거나 섬망이 지속된 기간이 길고 반복될수록 치료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섬망은 재원기간 연장, 사망률 증가와 관련이 있으며 특히 노인에서 장기적인 기능상태 저하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노인 환자에서 섬망 증상을 보이는 경우 가족 등 주변 사람들이 치매와 혼동하여 환자보다 더 불안해하면서 오히려 환자에게 부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섬망에 대한 이러한 오해로 인해 환자의 상태를 악화시키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섬망 증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섬망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주변의 근거 없는 걱정과 지나친 조바심이 아닌 가족들이 사랑과 인내심을 가지고 대하는 관심과 배려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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