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투구(泥田鬪狗)와 거세개탁(擧世皆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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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서귀포지사장 겸 논설위원

조선 개국공신 정도전은 태조 이성계에게 팔도 사람들의 인성을 다음과 같이 평했다고 전해진다.

경기도 사람들은 ‘경중미인(鏡中美人·거울에 비친 미인)’, 충청도는 ‘청풍명월(淸風明月·맑은 바람 속 밝은 달)’, 전라도는 ‘풍전세류(風前細柳·바람 앞에 가느다란 버드나무)’, 경상도는 ‘송죽대절(松竹大節·소나무와 대나무 같은 곧은 절개)’로 비유했다.

또한 강원도 사람들은 ‘암하노불(岩下老佛·바위 아래 늙은 부처)’, 황해도는 ‘춘파투석(春波投石·봄 물결에 돌을 던진 듯하다)’, 평안도는 ‘산림맹호(山林猛虎·산 속의 사나운 호랑이)’, 함경도는 ‘이전투구(泥田鬪狗·진흙 밭에서 싸우는 개)’처럼 악착같다고 했다.

그런데 함경도 출신인 이성계가 안색이 좋지 않자 정도전은 함경도 사람들은 ‘석전경우(石田耕牛·돌밭을 가는 소)’와 같이 우직한 품성도 있다고 말을 돌렸다는 것이다.

▲이전투구는 선거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대표적 사자성어다. 말 그대로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라는 뜻으로, 후보나 정당 또는 특정 정파가 자신의 이익(권력 쟁취)만을 위해 선거판을 혼탁하게 만들고, 어떤 명분이나 당위성도 없이 볼썽사납게 서로 물어뜯기에 혈안이 된 모습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역대 어느 선거가 이전투구 없이 치러졌으랴만 민주화 이후 치러진 선거 중 이번 20대 대선이 가장 치졸하고 혐오스러운 선거로 기억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20대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이 벌이는 네거티브는 도를 넘어도 한참 넘고 있다.

이 후보는 대장동 특혜 의혹, 형수 욕설 파문, 아들의 불법 도박 논란으로, 윤 후보는 고발사주 의혹에 부인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장모의 요양급여 부정 수급 등 처가 리스크로 비호감도가 50~60%를 넘나들고 있다.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대선 40여 일밖에 안 남은 현 시점에도 시종일관 상대 후보 비방전으로 연일 난타전이다.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녹취 파일이 MBC를 통해 방영되자 이 후보의 형수 욕설 녹취록도 장영하 변호사의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됐다.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없다.

초나라 충신 굴원(屈原)이 조정에서 쫓겨나며 말한 ‘거세개탁(擧世皆濁·온 세상이 혼탁함)’이 이와 다를 바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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