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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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욱 편집국 국장

얼마 전 아들과 함께 저녁식사 겸 소주 한 잔하기 위해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식당을 찾았다.

우선 식당 입구에 설치된 체온측정기에 손을 대니, 정상이라는 응답이 흘러나왔다. 이어 출입명부 작성을 위해 QR(Quick Response)코드를 찍으려는데 깜빡 휴대폰을 집에 두고 온 것이다.

식당주인은 코로나19 백신접종 이력을 확인해야 하는데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식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아들에게 집에 가서 아빠 휴대전화를 갖고 오라고 시켰다. 아들이 휴대전화를 갖고 와서야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식당이나 카페 등을 이용할 때, 방문 이력을 확인하는 QR코드 확인뿐 아니라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는 방역패스(백신접종 증명·음성확인제)가 도입됐다.

백신접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이 필수다.

식당뿐 아니라 도서관, 관광지, 병원 등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이 반드시 필요하다.

스마트폰이 이용자들의 ‘분신’이 된 지 이미 오래지만 코로나 시대에 들어 그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출근했을 때는 긴급한 전화가 올 일도 없는데 하루 종일 안절부절, 불안감에 휩싸이는데, 스마트폰을 분실했을 경우에는 그야말로 ‘멘붕’이 찾아온다.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사람들은 “세상과 철저하게 단절된 느낌”이라고 한다.

영국의 생리학회가 2017년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지수를 조사했다고 한다.

배우자 사망, 교도소 수감, 화재·홍수, 질병, 직장에서의 해고 등 18개의 상황을 주고 어느 경우에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지 물어봤다.

설문 결과 ‘휴대전화 분실’은 테러 위협과 거의 같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조사였으니 지금은 그 스트레스의 정도가 더 심할 것이다.

제주에 혼자 여행 왔다는 40대 남성은 휴대전화를 잃어버리자 갈 수 있는 곳이 없었다고 했다.

맛 집으로 이름난 식당, 카페를 찾아 갔지만 QR도 찍지 못하고, 안심전화도 걸 수 없어 입장을 포기했다. 또 백신 접종을 받았지만 휴대전화를 잃어버렸으니 증명할 길도 없고.

국내에 휴대전화 서비스가 처음 선보인 것은 1988년 7월 1일이다. 초창기에는 공중전화를 대신하는 이동전화였다. 그동안 혁신적인 기술의 발달로 단순한 통화 기능 외에 카메라 기능에다 사진과 문자 전송, 동시에 여러 명이 동시에 수다를 떠는 채팅기능 등이 더해졌다.

게다가 금융거래 기능, 기존의 통장, 신용카드를 대신하는 모바일뱅킹, 모바일카드 기능이 있어 은행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휴대전화 분실로 인해 “전 재산을 잃었다”는 사연이 나오기도 하고, 사실상 경제 활동이 마비될 수밖에 없다.

휴대전화에는 다른 사람들의 전화번호를 저장할 수 있어 굳이 자주 통화를 하는 사람들의 전화번호를 머릿속에 외울 필요도 없다, 기억하고 있는 전화번호는 가족 몇 명의 번호뿐.

이렇다보니 어디에 연락할 방법도 없고, 정말 세상과 단절된 느낌이다.

휴대전화 개통 33년 만에 우리는 휴대전화에 종속되는 느낌마저 들지만 이제 휴대전화를 생활의 필수품을 넘어서 ‘생존의 필수품’, 나를 증명해주는 ‘또 다른 나’의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식당에 들어서서 주인이나 종업원에서 백신접종 이력을 보여줄 때마다 마치 먼 옛날 초등학교 시절 담임 선생님께 숙제 검사를 받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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