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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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사람 머리카락 수는 10만개 안팎이다. 하루 0.35㎜씩 자라면서 5~6년을 주기로 빠지고 나는 과정을 반복한다. 하루 50~70개 빠지면 정상, 100개를 넘으면 탈모로 본다.

여러 설이 있지만 유전적 요인과 호르몬 작용, 스트레스 등을 원인으로 꼽는다. 그래서 옛 사람들도 탈모의 고충이 심했다고 한다. 전염병과 전쟁, 허리를 휘게 하는 세금, 과거시험, 양반의 횡포 등 지금에 못지않은 스트레스가 있었다는 것이다.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스트레스는 더 심각하다. 9살배기 어린이나 수험생을 둔 학부모가 원형 탈모로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병도 아니고 크게 불편하진 않으나 머리칼이 뭉텅뭉텅 빠지는 당사자들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탈모인의 이런 민감함에 주목했다.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을 대선 공약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젊은 남성층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30대 남성의 요청에서 출발해 민주당 청년 선거대책위가 건의한 이 공약은 2030 남성을 노린 구애다. 탈모인들은 “청와대에 이재명을 심자”며 공개 지지를 선언할 정도로 반응하고 있다. 열띤 호응에 고무된 이 후보는 “이재명을 뽑는다고요? 노(no) 이재명은 심는 겁니다”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 건보 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포퓰리즘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이 득표 이슈에만 매달린다는 비판도 높다. 급기야 건보 적용과 관련해 탈모가 질병이냐 미용이냐, 어디까지 보장해줄 거냐 등을 놓고 갑론을박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탈모가 진행되면 숱이 줄어 금세 나이 들어 보인다. 마음의 병이란 별명이 붙은 이유다. 그 인구가 1000만명에 달한다. 다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확인한 탈모증 진료 환자는 지난해 23만명을 조금 웃돌 정도다.

문제는 탈모치료제를 매일 한 알씩 평생 먹어야 하는데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고, 약값이 비싸다는 점이다. 프로페시아 경우 한 알당 1500~2000원으로 한 달 5만5000원, 1년에 70만원 가까이 든다.

극심한 경쟁사회에서 탈모의 고통은 남녀와 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차제에 질병이지만 수급 대상이 아닌 탈모를 건보 대상으로 면밀히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 싶다. 재원 조달의 사회적 책임도 함께 논의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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