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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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배달서비스는 예부터 방문판매업의 한 형태였다. 팔도를 누빈 보부상이 대표적이다. 삼국시대부터 지방을 돌며 잡화를 팔았고 20세기 초까지 활동했다. 봇짐장수인 보상은 필묵이나 세공품처럼 작고 값비싼 물건을, 등짐장수인 부상은 그릇 같은 생활용품을 취급했다.

본격적인 배달업의 시작은 조선 후기다. 조선 실학자 황윤석의 일기 ‘이재난고’에는 과거시험을 본 뒤 평양냉면을 시켜먹었다는 내용이 쓰였다. 순조가 달구경을 하던 중 냉면을 사오라고 시켰다는 말도 전해진다.

배달서비스의 대명사는 신문과 우유이지 싶다. 신문은 자전거, 우유는 리어카에 실려 소비자를 찾았다. 지금은 통신기술과 배달서비스 발달로 범지구적인 구매·공급이 가능해졌고, 국내선 주문 하루 안에 배달하는 곳도 많다. 가히 광속이라 할 정도다.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배달은 언택트 시대를 대표하는 트렌드가 됐다. 2010년 ‘배달의민족’이란 앱이 개척된 후 10여 년 새 시장 규모가 23조원대로 성장했다.

문제는 배달 의존도가 높아진 만큼 배달비가 야금야금 치솟고 있다는 점이다. 치킨·피자를 시킬 때 소비자들이 내는 금액은 보통 2000~3000원 선이다. 허나 거리나 시간대, 날씨에 따라 할증이 붙으면 갑절 이상, 많게는 1만원에 육박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표현이 딱 맞다.

지난달 한국행정연구원의 ‘국민인식조사’에서 응답자 2000명 중 53%가 배달료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지불 의향이 있는 배달료 최대 금액은 ‘1000원 이상 2000원 미만’이 46%로 가장 높았다. 여러 시사점을 던진다.

▲배달비가 뛴 데는 이유가 있다. 업체들이 배달기사 한명이 주문 1건만 처리하는 ‘단건 배달’을 도입한 게 배달비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또 뽑아도 뽑아도 부족한 기사들 몸값이 치솟은 탓도 크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들의 아우성도 터져 나온다. ‘배달 끊기 챌린지’ ‘배달 공동구매’ ‘셀프 배달’ 같은 궁여지책이 등장하고 있다. 택시로 음식을 배달받는 게 더 쌌다는 실험담도 소개됐다.

어느덧 배달문화가 대유행이지만 소비자가 외면하는 것도 한순간이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배달 수요가 줄어들 건 자명하다. 드론이나 자율주행 로봇의 상용화도 배달시장을 흔들 변수다. 업계 스스로 과당경쟁을 멈추고, 소비자와 공존의 길을 가야 할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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