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리스크’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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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왜 상대 배우자에 대한 공세를 펴지 않았을까.”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난 3일 처음 열린 대선후보 TV 토론을 지켜본 이들의 후일담이다. 사상 초유의 비호감 대선으로 불리는 것과는 달리 이날 시청률은 40%에 육박했다. 첫 TV토론을 기준으로 하면 역대 두 번째로 높다. TV토론이 최초로 도입된 1997년 김대중 국민회의 후보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 간의 대결 때는 55.7%였다. 지난 대선의 22.1%와는 차이가 크다.

그런데 이날 토론은 국민적 관심과는 달리 최근 이슈인 ‘배우자 리스크’와 관련해선 설전이 오가지 않았다. ‘사이다’ 화법이 장기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나 ‘뚝심’이 강점인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모두 복싱 스타일에 비유하면 ‘닥공’처럼 공격적인 것을 선호하는 인파이터(infighter)다. 하지만 이날은 서로 일정한 거리를 두고 빙빙 돌며 잽만 날리는 아웃복싱(out boxing)을 구사했다. 누구도 배우자의 ‘배’자를 꺼내지 않았다.

▲이쯤에서 ‘양패구상(兩敗俱傷)’이라는 고사가 생각난다. 양측이 죽기 살기로 싸우면 다 함께 치명상을 입는다는 말이다. 중국 전국시대 책략을 모은 ‘전국책’에 나오는 이야기로 양측 모두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손해만 입는다.

진나라와 대치하던 제나라 선왕이 위나라 정벌에 나서려고 하자 순우곤이란 학자가 이 고사를 인용하며 간언했다고 한다. ‘천하에 제일 빠른 사냥개가 약삭빠르기로 제일가는 산토끼를 쫓았다. 산기슭을 세 바퀴나 돌고 산꼭대기를 다섯 번이나 오르내리며 추격하다 결국 토끼가 지쳐 죽고 개도 뒤따라 쓰러졌다. 덕분에 지나가던 농부가 사냥개와 산토끼를 모두 주워 갔다.’

제나라와 위나라는 오랜 전쟁으로 병사들은 지쳤고 백성들은 피폐했다. 이 상황에서 다시 싸움을 벌이면 이웃의 강한 진나라나 초나라가 어부지리(漁夫之利)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말을 들은 제나라 선왕은 정벌에 나서는 것을 포기했다.

▲대선까지는 법정(法定) TV토론이 오는 21일과 25일, 다음 달 2일 등 3차례 열린다. 이 토론에서도 상대 배우자에 대한 공격 강도는 크지 않을 것이다. 피장파장, 도긴개긴인 마당에 선공을 취했다가 ‘카운터펀치’를 맞을 공산이 크다.

그래도 물 밑에서 자기 손에 피 묻히지 않고 상대를 노리는 차도살인(借刀殺人)식의 공방은 치열할 것이다. 모든 검증은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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