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vs 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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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시아버지 죽어서 상복 입었고 / 갓난아인 배냇물도 안 말랐는데 / 3대의 이름이 군적에 실리다니….’ 조선 후기 다산 정약용 선생이 지은 한시 ‘애절양(哀絶陽)’의 한 단락이다.

절양은 남성의 생식기를 자른다는 의미다. 당시 군적(軍籍)에 오른 남자는 병역을 대신해 군포를 내야 했는데 탐관오리들이 이미 죽은 사람과 갓난아이까지 군적에 올려 세금을 가혹하게 거둬들였다. 이 같은 횡포를 감당할 수 없자 아이를 낳지 않겠다며 자신의 생식기를 자른 기막힌 현실을 묘사한 것이다.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고사성어도 있다. 가혹한 정치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뜻으로 예기(禮記)에 나오는 공자의 말에서 유래한다. 예나 지금이나 민생을 돌보지 않는 정치나 가혹한 세금 뒤에는 원성이 끊이지 않는다.

▲자고이래 세금에 대한 인식은 매우 부정적일 성싶다. 대부분 농민이나 하위계층이 세금을 바쳐야 했던 역사 때문일 게다. 오죽하면 성경의 여러 곳에 세금 걷는 세리(稅吏)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온다. 대개 탐욕과 부도덕의 존재로 묘사된다.

세금은 무엇보다 정치 상황과 밀접하다. 미국 독립운동의 도화선이 된 ‘보스턴 차(茶)사건’은 영국의 지나친 세금 부과에 대한 저항이었고, 프랑스혁명도 증세를 위한 3부회의 소집에서 비롯됐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 국민은 조선시대 백골 징포와 일제의 횡포를 경험한 기억이 있다. 6·25 때 세금을 더 걷기 위해 벼 낟알을 세는 인민군까지 겪은 탓에 ‘세금은 수탈’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복지를 화두로 내세우는 모든 선거에서 증세를 공약하는 후보가 거의 없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직장인의 세금이 월급보다 2배 이상 올랐다고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내놓은 분석을 보면 5년 새 근로소득과 물가가 똑같이 17.6%씩 오른 반면 건강보험·근로소득세 등 세금·준조세 부담은 두 배가 넘는 39.4%나 늘었다. 서민가계 살림살이가 갈수록 팍팍해진 이유가 설명된다.

물가가 3%만 올라도 연봉 4000만원이면 120만원이 날아간다. 1년에 1인당 100만원을 줘봐야 보전도 안 되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우리는 대선 정국에 휘말려 여전히 돈 풀기 만능주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금을 이용해 권력을 차지하려는 일이 또다시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껏 용돈 수준인 공짜 공약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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