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 갈대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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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주 칼럼니스트

니트족(NEET族)이 늘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니트족이란, 일자리가 없으면서도 교육이나 직업 훈련도 받지 않는 무업자를 뜻한다. 우리나라는 2010년 중반 이후 니트족이 관심 수준으로 떠올랐다. 지금은 적잖은 지원금이 나오니 구태여 고생하며 일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그 인구도 증가하고 있다. 정부의 현금성 지원 때문이다. 일을 해야 할 젊은이들이 국가의 무상지원 정책으로 일할 의욕마저 꺾고 있다. 니트족의 증가는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인력 감소, 결혼 기피, 저 출산, 인구 감소, 부모 세대의 부담과 사회적 비용 증가 등. 국가적인 차원에서 적절히 대응하지 않으면 놀고먹는 망국적인 병으로 고착화 될 수도 있다.

인간은 태어나서 성인이 되면 ‘일과 사랑’이라는 삶의 가장 중요한 두 가치에 매어 산다. 멋진 사랑, 의미 있는 일(직업)에 인생을 건다. 우리의 삶이 가장 우아하고 행복할 때도 일에 심취하여 열정을 바치며 사는 순간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은 우리 자신을 정의한다고 할 수 있다. 명함에 이름과 함께 하는 일을 새겨 넣는 것도 일과 자신을 동일시하려는 것이다. 죽어서까지 평생의 업과 직을 비문에 새겨 넣는다.

이런 일과 직업을 무상 지원금으로 대신하려 한다. 인생을 포기하는 것이나 무엇이 다른가? 무위도식은 죄악이다. 이를 조장하는 것은 더 큰 죄악이다. 그러함에도 이를 조장하려는 정치 선동들이 국민을 시험하며 우롱하고 있다.

국가는 국민 저마다에게 알맞은 일자리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어 누구나 마음 놓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국가 제일의 책무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다. 그게 최상의 복지이기도 하다. 공무원 수나 늘리고, 사회 공공 일자리나 부풀리며 취업 통계 수치나 높이려는 것은 여론을 호도하려는 저급한 정치 술수다. 선거 때마다 일회성 현금 지원 공약이나 빼들어 국민의 환심을 사려는 행위는 국가 빚을 미래 세대에게 떠넘기려는 사악한 정치 술수다.

‘자본주의의 미래’ 저자인 개발 경제학자 폴 콜리어 교수는 ‘한국의 기본 소득 보장이나 일회성 현금 지원과 같은 정책은 인간 존재의 의미를 단순화하는 모욕적인 발상이다. 인간을 단순 소비자로 격하시켜 그저 조금 더 소비해 보라며 희롱하는 것이나 다를 게 없다. 일을 통해 자아실현하려는 인간의 주체성마저 앗아가는 것이다.’라고 혹평했다. 포퓰리즘 정책은 국민의 삶을 지원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피폐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경고다.

국가 지도자라면 국민을 속이는 꼼수 정치는 하지 말아야 한다. 대국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차원에서 오직 진실과 진심만으로 국리민복에 진력해야 한다. 진정한 국민은 얕은 정치 술수에 결코 속지 않는다.

“그대가 일을 할 때 그대는 하나의 피리. 그 속을 통과하며 시간들의 속삭임이 음악으로 변하고. 모두가 한데 어울려 노래할 때, 그대들 중 누가 소리를 낼 수 없는 벙어리 갈대피리가 되기를 원하겠는가?” 칼릴 지브란의 시 일부다. 우리 사회의 그 누구도 일할 수 없는 벙어리 갈대피리는 되지 않아야 한다.

 

※이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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