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넘긴 선거구 획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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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동철, 편집국 부국장

1972년 유신헌법 제정 때 선거구 인구 기준이 삭제됐다. 이로 인해 유권자 최대 선거구와 최소 선거구의 차이는 5.87대1로 벌어졌다. 이를 방치한 국회를 지켜보다 못한 헌법재판소는 1995년 ‘표의 등가성’을 문제 삼으며 개입했다.

가령 인구 10만명 선거구와 50만명 선거구에서 똑같이 대표자 한 명을 뽑게 되면 유권자 한 사람의 투표가치는 다른 사람의 다섯 배로, 표의 가치에 불균형을 초래한다. 한 표의 가치는 같아야 한다는 표의 등가성과 지역 대표성을 반영한 게 선거구다. 그래서 선거구 획정은 인구 편차를 기준으로 삼는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선거구 인구 편차는 국회의원은 2대1, 광역의원은 3대1이다. 가장 인구가 많은 선거구라도 가장 인구가 적은 선거구보다 두 배 또는 세 배를 넘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투표가치의 평등도 중요하지만 여기에는 모순이 있다. 도시와 농·어촌간 인구 격차를 고려하지 않고 각 선거구의 인구를 동일하게 맞추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서다.

도시 인구가 늘어날수록 농·어촌 지역의 국회의원과 광역의원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2020년 총선에서 인구가 감소한 일부 지방은 선거구 통·폐합으로 거대 선거구가 나왔다. 강원의 동해·태백·삼척·정선, 전남의 순천·광양·곡성·구례갑, 경북의 영주·영양·봉화·울진 등이 해당 선거구다.

오는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선거구 획정에 불똥이 튀었다.

제주도의원선거구획정위가 지난해 9월 기준 3대1의 인구 편차를 적용한 결과, 인구 하한선에 못 미치는 제주시 한경·추자면(1만853명)과 서귀포시 정방·중앙·천지동(8963명) 2개 선거구는 통·폐합 대상이 됐다. 반면, 인구 상한선을 초과한 아라동(3만8579명)과 애월읍(3만7607명)은 분구(分區) 대상이다.

선거구 통·폐합은 지역 일꾼은 물론 지역 대표성이 사라지는 게 문제다.

이를 해결할 대안은 국회에서 제주특별법을 개정, 도의원 정수를 조정하는 데 있다. 제주특별법 36조는 제주도의원 정수를 교육의원 5명을 포함해 43명 이내로 정하고 있다.

도의원 정수를 43명에서 46명으로 늘리는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상정돼 심의 중이다. 여기에 교육의원 제도 폐지를 담은 개정안도 상정돼 선거구 획정은 혼란의 도가니에 빠졌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일 6개월 전까지 선거구 획정안을 시·도지사에게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지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2018년 6·13지방선거에서 도의원 정수를 41명에서 43명으로 늘리는 제주특별법 개정안은 그해 3월에야 국회를 통과해 부랴부랴 선거구가 획정됐다. 2010년, 2014년에도 모두 법정 시한을 넘겼다.

매년 인구는 변하면서 4년마다 선거구를 손봐야 한다. 농·어촌 인구 감소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여야가 이 문제보다는 의석수 차지에 혈안이 되면서 선거구 획정은 선거가 임박해서야 ‘땜질 처방’을 내놓고 있다.

18일부터 도의원과 교육의원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지만, 선거구 지각 획정으로 어느 선거구로 나와야할지 출마자들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특히 교육의원 제도 폐지를 담은 법안 통과로 자칫 교육의원 예비후보 자격이 무효화될 경우 피해 구제를 받을 방법은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국회 행안위 전문위원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올해 지방선거에 적용할지 또는 4년 후 지방선거부터 적용할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각 사태에 땜질 처방의 선거구 획정으로 다가오는 지방선거가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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