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과 선한 권력의 구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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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혁, 시인·문화비평가/논설위원

우리는 선한 권력을 원하고, 폭군을 싫어한다. 그러나 격변의 시기에 선한 권력을 판가름하는 게 쉽지 않다. 꽤 민주화가 진행되었다 하더라도 폭군은 느닷없이 우리를 짓누를 수 있다. 코앞에 닥친 선거에서 폭군이 아닌 선한 권력을 뽑고 싶지만, 과연 우리나라를 바르게 이끌 진정한 리더를 뽑을 수 있을지 심히 걱정스럽다.

얼마 전 국회에서 있었던 ‘서울제주균형발전시민연합회’ 출범식에서 백기복 교수의 ‘위대한 리더 이해하기: CIP모델’이라는 짧은 강연이 있었다. 백 교수는 ‘카리스마 리더십’, ‘이념적 리더십’, ‘실용적 리더십’의 정신 모델을 CIP 모델이라 하여 보여주며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미래에 초점을 맞춰 추종자들과 사회의 욕구 충족에 집중하는 ‘카리스마 리더십’, 과거에 초점을 두면서 정의구현을 위해 과거의 폐해를 바로잡으려는 ‘이념적 리더십’, 현재를 중시하며 국가와 사회의 현실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실용적 리더십’이 있다. 그 가운데 우리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리더는 조선의 세종대왕과 미국의 벤저민 프랭클린과 같이 다른 사람들의 ‘욕구와 필요’에 관심을 갖는 실용적 리더라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실용적 리더가 합리적 협상과 설득을 중시하기 때문에 추종자들의 감정에 호소하는 카리스마 리더, 감성터치를 중시하며 정의 구현을 부르짖는 이념적 리더들보다 인기가 덜하다는 점이라 했다.

다큐멘터리 영화「폭군이 되는 법(How to Become a Tyrant)」(2021)은 폭군의 탄생을 그리고 있어 흥미롭다. 영화에서 독재자 기미가 있는 사람은 심한 자아도취자라고 하며, 화가 나서 탓할 사람을 찾는 이들에게 복수하는 수단으로 자신을 제공하려 한다. 히틀러는 ‘완벽한 퍼포먼스’에 집착하면서 연설의 많은 부분에 ‘혐오’를 담아냈다. 독일에서 유대인을 씻어내야 하는 이유와 그들에게 당하는 굴욕에 대한 복수심을 신들린 듯 불러냈다. 공통된 불만은 사람들을 결집시키고, 정치인들이 그걸 해결해주기를 바라면서 폭군을 끌어들이게 되는 것이다.

폭군으로 성장하기 위해 몇 가지 전술이 이어진다. 국민에게 폭군이 그들과 결코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는 ‘국민의 남자가 돼라’는 전술, ‘세력을 브랜드화하라’는 전술, ‘진영을 키우라’는 전술. “난 오로지 독일 국민에게만 관심이 있습니다. 오로지 그들의 일원이며 그들을 위해 나를 바칩니다.”라고 했던 히틀러는 호사스러운 옷 대신 제복을 입고, 유럽 전역의 중하위층 사람들의 칫솔 모양으로 만들어낸 콧수염으로 “나는 그 배경 출신이야.”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며 국민의 남자가 되어갔다.

그렇게 권좌에 오른 후에 폭군은 권력 유지를 위해 잔혹하게 적과 정치적 라이벌들을 제거하고, 국민을 통제하고 권좌를 유지하려고 공포 정치를 행한다. 정보의 조작과 검열이나 통제로 진실을 가리며, 시민의 자유를 사라지게 한 후 통제 사회를 만들고, 스스로 신이 되어 영원한 독재 권력을 유지하려 한다.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권력에 대해 “타인들로 하여금 공동체적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 능력”이라 했다. 다수의 이름으로 행동할 수 있는 권한을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부여받은 것이 권력이라 할진대 공동체의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고, 문제적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이가 권력을 가져야만 한다. 사람들의 분노를 교묘히 활용해 “권력을 얻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민폐를 끼치고 협잡과 거짓말을 일삼는”(『선한 권력의 탄생』) 자는 폭군으로 우리의 미래를 무너뜨릴 것이다. 과연 어느 누가 선한 권력으로 우리의 미래를 이끌 것인가?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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