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세계 여성의 날’의 단상-장미와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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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옥, 서울과학종합대학원 특임교수/논설위원

오늘은 114년째 맞이하는 ‘세계 여성의 날’이다. 1908년 미국의 1만5000여 봉제공장 여성노동자들이 울부짖으며 뉴욕 시가지를 행진하던 날, 전기도 없는 작업장에서 화재로 숨진 여성들의 이름을 목 놓아 부르던 날, 노동시간 단축·임금인상·노동환경 개선·여성투표권 쟁취를 위해 궐기하던 순간에서 발화된 그날이다. 시위과정에서 여성노동자들이 불렀던 노래는 오늘에 다시 불러보아도 그날마냥 가슴 저리다. ‘우리가 행진하고 또 행진할 땐 남자들을 위해서도 싸우네. 왜냐하면 남자는 여성의 자식이고 우린 그들을 다시 돌보기 때문이지. 그런 우리가 마음과 몸이 모두 굶주리네, 그러니 우리에게 빵을 달라, 그리고 장미를 달라.’ 여기에서 빵은 굶주림을 해소할 생존권, 장미는 남성과 동등한 참정권을 뜻한다.

그러므로 세계 여성의 날은 여성의 자유·참정권·인권 등의 정치적 문제를 핵심 주제로 삼고 있으며, 이들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에서 비롯되는 정치적·사회적 자각을 대표하는 행사로 자리한다. 드디어 UN도 1975년부터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지정했고, 올해 유엔여성(UN Women)은 ‘지속 가능한 내일을 위한 오늘의 성평등’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여성은 세계 빈곤층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기후 변화 영향에 더 취약한 동시에 기후 적응과 완화를 위한 효과적이고 강력한 지도자이자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이란 취지다. ‘오늘날 성평등이 없다면 지속 가능한 미래와 평등한 미래는 우리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남아 있을 것’이라는 마지막 기치가, 한층 더 가슴을 두드리며 파문을 일으킨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1985년이 돼서야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 이른바 ‘한국 여성들의 현실을 알리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날’로 공인되었다. 이 때를 기점으로 제1회 한국여성대회가 개최됐으며, 2018년에 이르러 법정기념일이 되었다. 바로 그 기념일에 열리는 오늘 세계 여성의 날은 ‘함께하는 대한민국, 편견 없이 하나로!’를 주제로 한다. 이 행사에서는 때마침 내일 예정된 대통령선거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젠더 등 사회 전반의 총체적 분열을 극복하고, 대한민국 통합의 새 길을 여는 카펫을 펼치게 될 것이다.

제주에서는 ‘제주여성, 성평등 제주를 위한 강인한 한 표’를 슬로건으로, 지난 6일 여성대회가 열렸다. ‘제주사회는 성평등하며 제주여성의 지위가 높은가?’라는 화두에 이어, 제주가 여성의 섬이고 제주여성은 강인하고 근면하다지만, 정작 우리 제주여성들은 생계노동과 가족부양·가사노동을 홀로 감내하면서, ‘경제적 권한과 정치적 대표성을 삶 속에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실상을 토로했다. 이뿐만 아니라 지역구 여성 국회의원이 한 번도 배출된 적 없으며, 여성 도지사 당선자도 전무하고, 제주도의원 43명 가운데 여성의원은 비례 포함 8명(16.8%)에 불과해 전국(19.4%)보다 뒤쳐진 민낯도 드러냈다. 그리고 대통령 선거를 통해 ‘강인한 한 표를 행사하자’며, 1908년의 그날처럼 제주시내를 행진하였다.

이쯤에서 3·8 세계 여성의 날을 돌아보며, 3·9 대통령선거를 생각해 본다. 저출생, 고령화, 양극화, 성평등의 거대한 조류 속에서 모든 국민을 포용하고 더 나은 미래사회를 구현해 낼 대통령은 누구일까? 대통령의 조건으로 대표되는 품성, 책임감, 정직성과 도덕성, 준법성, 국정능력, 4차산업 이해, 소통능력 등을 갖춘 후보는 과연 누구인가?

지금은 헌법 제69조에 따라 헌법을 준수하고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사람, 국민에게 장미꽃을 선사할 누군가의 취임식 선서를 그려볼 시간이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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