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8, 1577 등 전국 대표번호의 통화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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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제주지역경제교육센터장/ 논설위원

1588, 1577로 시작하는 전국 대표번호는 익숙한 번호로, 은행, 카드사, 보험사, 전자회사 등 많은 기업이 AS센터 번호로 사용하고 있다. 소비자 서비스 차원에서 사용하는 번호이므로 기업이 통화료를 부담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자동응답 통화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대기 시간까지 소비자가 요금을 낸다.

많은 소비자가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10분 이상 기다리거나 기다리다 마지막 순간 끊기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상담하려면 기다릴 수밖에 없는 소비자들에게 통화료 부담도 억울한데 기다린 시간의 요금까지 부담시키고 있다. 전국 대표번호 통화료는 초당 1.98원으로 10분에 1200원 정도다. 2016년 기준 전국 대표번호 사용량은 54억 분으로 5900억 원에 이른다. 국민 1명당 1만2000 원이다.

기업이 통화료를 부담하는 수신자 부담 전화는 080으로 시작하는 번호다. 문제는 많은 기업이 080 번호를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사용해도 홈페이지에서 찾기가 어렵다. 080 번호를 찾아서 인터넷에 올리는 누리꾼이 있을 정도다. 그래도 080 번호가 있는 곳은 양호한 편이다. 아예 없는 곳도 많다. 국내 5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중 홈페이지에 080 번호를 안내하는 곳은 2곳에 불과하다. 기업들은 080 번호는 10자리나 되어 사용하기 불편한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확한 이유는 통화료를 내기 싫은 것이다. 기업은 080 번호를 잘 안내하고 선택은 소비자가 하면 된다.

이동통신사들은 전국 대표번호 통화료를 다른 요금과 구별하여 별도로 부과하고 있다. 그 이유는 대표번호를 연결하는 망을 개발한 유선통신사에 접속료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접속료는 1분에 23원이다. 접속료 때문에 전국 대표번호 통화료는 무제한 음성 요금제에서도 제외되고 있다. 요금제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30분 등 한도를 정해놓고 그 이상 사용하면 소비자에게 통화료를 부담시키고 있다. 소비자에게 부담시킨 통화료를 통신사들이 나누는 윈-윈 구조이다.

접속료 23원은 정부가 결정한 요금이다. 통신사들 이해관계에 정부가 깊이 개입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정부 보호 아래 소비자 돈을 나눠 가지는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 가만히 있으면 돈이 들어오고 가격도 정부가 결정해 주니 문제가 생길 우려도 없다. 사업자들 간에 요금을 내리는 경쟁을 할 필요가 없다. 접속료를 일정 수준 이하로 내리면 소비자에게 요금을 전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나 접속료 인하는 통신사 접속 수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정부가 소비자보다 통신사 이익을 고려해 접속료를 결정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경쟁에 의한 접속료 인하는 기대할 수 없는 구조이다.

전국 대표번호 문제는 오랫동안 방치하고 묵인되어왔다. 격렬하게 항의하는 소비자들이 있었다면 정부도 고려했겠지만, 소비자들이 무관심해 정부도 무관심했던 측면도 있다. 전국 대표번호 요금 체계를 수신자 부담으로 전환해야 한다. 전국 대표번호를 수신자 부담으로 하면 기업들이 사용하지 않을 것이므로 번호 자원만 낭비된다는 이유로 정부는 반대하고 있다. 기업의 AS센터 전화 요금을 소비자들에게 부담시키는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통신사가 아니라 소비자 편이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전국 대표번호 요금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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