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소나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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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건 수필가

아내는 내가 출근할 때나 외출할 때면 내가 입을 옷이나 넥타이 색깔에 대해 조언해주곤 한다. 아무래도 나에게 어울리는 것을 잘 알고 있고 미적 감각도 좋으니, 나 역시 아내의 의견을 즐겨 따르는 편이다. 평범한 외모의 소유자라도 조금이라도 멋있게 보이고 싶은 것이 일반적인 사람의 심리가 아닌가.

멋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멋있음에 대해서는 각자 다양한 의견들을 갖고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인간적 품격이 있고 친근감을 주는 사람, 깊은 학식과 동시에 좋은 취미를 갖고 있는 사람, 어려운 환경에서도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멋있다고 할 수 있겠다. 또는 사무직원이 악기를 잘 다룬다든지 연기자가 그림에 재능이 있다든지 기존에 그러려니 했던 모습에 뜻밖의 장점들이 더해 보일 때 우리는 반전 매력을 느끼며 멋지다고 말하기도 한다. 농사짓는 중년 여성이 남다른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것을 보았을 때, 성당의 신부님이 강론 시간에 능숙한 기타와 노래를 곁들였을 때도 마찬가지다. 정범모 교수는 멋있는 사람이 되려면 아집이 없고 자기 객관화를 할 줄 알아야 하고 한국인이면서 세계의 마음과 가슴이 탁 트인 사람에게 멋을 느낀다.”라고 말하기도 했

.

소나무는 기상과 품격을 느끼게 하는 나무이다. 소나무는 바다와 어울리면 바다가 아름답게 보이고 산이나 오름과 어울리면 그 경관이 한층 더 멋스러운 모습을 드러낸다. 홀로 있어도 또한 고고한 모습을 나타내기도 한다.

올레길 제7코스를 걷다 보면 바다와 육지의 경계선에 큰 소나무가 여러 그루 서 있는데, 길게 뻗은 솔가지들이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탄성을 올린다. 특히 제주의 동쪽 돌 많은 오름 식산봉 정상에서, 소나무 사이로 바라다보이는 성산 일출봉의 모습은 말 그대로 장관이

.

바닷가에 외로이 서 있어도, 산이나 오름에 무리 지어 뿌리를 내리고 있어도 힘 있게 뻗은 굳건한 자태가 어디든 어울려 보이는 것이 소나무의 남다른 매력이 아닌가 싶다. 모래밭 혹은 비탈진 돌 언덕 같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늘 햇빛에너지를 좇아서 하늘을 향해 꿋꿋이 성장하는 모습에 예로부터 문인들이나 화가들이 그 기상을 칭송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옛날 학자들은 추운 겨울을 견디는 모습이 지조 있는 선비를 닮았다 하여 칭한 세한삼우(歲寒三友), 송죽매(松竹梅) 가운데에서도 소나무를 으뜸으로 쳤다고 한다. 추사 김정희의 유명한 그림인 세한도(歲寒圖)에서도 소나무 몇 그루가 고고하게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제자인 이상적의 변함없는 의리를 소나무의 상징을 통해서 전달하고 있는 것 같

.

소나무는 300년 혹은 500년까지도 장수하는 종이라고 한다. 소나무의 성질을 찾아보니 장수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땅속 깊이 뿌리가 어느 정도 깊이 뻗은 후에야 줄기를 키워나가며 느리게 성장한다. 그리고 그 뿌리에서 다른 식물들이 자라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물질을 분비해서 송이버섯 외에는 어떤 식물도 공존하지 못한다. 솔씨가 익으면 멀리 날아가서 번식을 할 수 있도록 솔씨 한편에 날개 같은 물질이 부착되어 있는데 이는 어린뿌리들이 근처에서 희생되지 않도록 막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독야청청 까칠하게도 보일 수 있지만 이런 성질들은 주변의 안 좋은 환경을 이겨내는 힘이 되었으리라 짐작이 가기도 한다. 그러니 기상과 품격 그리고 그 질긴 생명력에 사람들로 하여금 존경심까지 느껴지게 하는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역사적으로 임금으로부터 벼슬을 받았다는 기록도 보

인다.

소나무는 위로 향하면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몸집을 불린다. 종적인 삶과 수평적인 삶을 동시에 사는 존재이다. 균형 잡힌 풍채가 소나무를 멋지게 만드는 것 같다. 어디선가 소나무같이 멋지게 살아가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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