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가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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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근형, 제주대학교 명예교수/논설위원

러시아의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8일째가 되고 있다. 미디어를 통해 보는 전쟁의 참상은 끔찍하다.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의 민간인 지역을 무차별적으로 폭격하여 어린이를 포함한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당하고 있다고 한다. 피난민도 200만을 넘었다는 소식도 전해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은 현행 국제법과 국제질서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자 파괴행위이다. 무력 침략을 허용하지 않고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는 ‘유엔헌장’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다.

우크라이나 헌법에 EU(유럽연합)과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추진을 명시함으로써 촉발된 러시아의 안보 우려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공격해야만 했다는 것이 푸틴의 주장이다. 더 나아가 막대한 양의 천연가스와 오일 생산으로 국력이 강해진 러시아가 과거 구소련의 동구권에 대한 영향력을 회복하겠다는 제국주의적 야욕이 그 이면에 깔려 있을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EU 가입을 원하는 다수 국민들의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EU는 물론 NATO 가입을 적극 추진했다. 이 정책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현실을 외면한 무모한 이상주의자의 정책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지도자는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시해야만 하며, 강대국에 이웃한 국가가 그 국가의 의지에 반하는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자위 능력이 있어야만 한다.

고전적 현실주의의 대가인 한스 J 모겐소는 한 국가의 생존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위력을 갖거나 동맹국이 있어야 한다고 설파한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러시아에 대항할 자위력도 모자라고 자국을 지원해줄 동맹국도 없었다. 동맹국을 갖기 위해 NATO에 가입하려 했지만, 이것이 러시아의 심기를 건드렸다. NATO 회원국이 아니었기에 나토 국가들은 공식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보호할 책임이 없고, 대러 경제제재와 같은 간접적인 지원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자국민을 희생하면서까지 우크라이나를 도우려 하는 국가가 선 듯 나서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미국도 무기 등 물량지원과 강력한 경제제재를 펴고 있지만, 직접적인 미군 파병은 꺼리고 있다.

무정부상태인 국제정치의 현실은 강대국 사이에 끼인 약소국들의 운명이 크게 변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그리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2500년 전 저술한 『펠로폰네서스 전쟁사』에서 멜로스인들의 슬픈 운명을 서술하고 있다. 멜로스가 강대국인 아테네의 공격을 당하자 스파르타에게 지원을 요청하나 아테네와 전쟁을 피하려고 스파르타는 거절하고 말았다. 멜로스인들이 소국에 대한 대국의 정의(正義)를 거론하지만, 아테네인들은 “정의는 힘이 있는 국가만이 주장할 자격이 있다”고 일축하며, 멜로스인들을 절멸시켰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면서 이 사실은 21세기의 문명시대에 와서도 크게 달라진 게 없구나 하는 슬픈 현실을 느꼈다.

우크라이나의 상황과 강대국 중국에 이웃한 우리의 지정학적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우크라이나보다는 자위력이 크고 미국이라는 강력한 동맹국이 있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윤석렬 정부는 미국과의 포괄적인 전략동맹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오늘날은 경제와 안보가 밀접히 연계되어있다는 점을 감안, 한미 군사동맹을 넘어 반도체·기술동맹으로 더욱 발전시켜가야 한다. 그리고 한반도 유사시 주한미군이 원할히 활동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후방기지가 매우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도 한일관계의 개선과 미래지향적 관리가 매우 필요한 시점이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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