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안녕을 수호하는 방사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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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돈, 제주돌문화공원관리소/애월문학회장

얼마 전 교래야영장에서 근무할 때 있었던 일이다. 대전에서 가족과 함께 왔다는 한 야영객이 다가오더니 야영장 한 쪽에 쌓아놓은 돌탑이 뭐냐고 묻는다.

야영장을 조성할 당시 나온 돌을 가지고 쌓은 방사탑이라 대답하곤 방사탑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방사탑은 육지부의 ‘솟대’나 ‘장승’같은 역할을 하며 지형의 기가 허한 곳으로 불길한 액운이 들어온다고 하여 이를 막고자 돌을 쌓아 놓은 것이라 설명을 이어갔다.

이렇듯 방사탑은 액운이 들어오는 곳을 돌로 탑을 쌓아 재앙을 막을 수 있다는 믿음을 형상화한 것으로 마을 사람들이 돌을 나르고 쌓는 공동 작업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제주시에 ‘탑동’이란 곳이 있는데 그 이름도 원래 방사탑이 있었던 데서 유래했다고 설명하니 귀를 쫑긋 세우며 관심을 갖는다.

제주의 방사탑은 마을에 따라 ‘탑’, ‘답’, ‘거욱대’, ‘거왁’, ‘까마귀’, ‘가매기동산’, ‘액탑’ 등 여러 가지 용어를 사용했는데, ‘방사탑’은 이러한 개별 명칭들을 통칭하는 학술적 용어라 할 수 있다.

탑은 보통 좌우나 남북 대칭으로 쌓는 것이 보통이다. 방사탑은 방사의 기능과 함께 마을의 안녕을 보장하고 수호하며 전염병의 예방, 화재 예방, 해상의 안전과 아이를 낳게 하고 보호해 주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고 한다.

가만히 듣던 그 야영객은 현재 방사탑은 몇 기가 있느냐고 되묻는다. 제주에 38기의 방사탑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그중 17기가 1995년에 제주 민속자료 제8호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는 말을 전했다.

현재 문화재로 지정된 곳은 제주시 도두동의 몰래물마을, 이호2동의 골왓마을, 한경면 용수리, 조천읍 신흥리, 대정읍 무릉1리, 인성리 방사탑 등이다.

방사탑을 만드는 과정은 우선 큰 돌로 밑단을 둥글게 한 다음 그 안에 작은 돌을 채우고 다시 가장자리에 돌을 쌓아 원통형으로 만든다. 또 그 속에 밥주걱이나 솥을 묻고 그 위에 돌탑을 사람의 키 높이만큼 쌓았다.

밥주걱을 놓는 것은 솥의 밥을 긁어 담듯이 외부의 재물을 마을 안으로 담아 들이라는 뜻이며 솥을 묻는 이유는 무서운 불에도 끄떡없이 이겨내는 솥과 같이 마을의 액운을 막아달라는 민간 신앙적인 의도를 담고 있다.

맨 위에는 동자석이나 석상 또는 까마귀나 매를 닮은 돌을 올려놓는다. 까마귀 닮은 돌을 올려놓는 이유는 까마귀가 이승과 저승을 이어주고 궂은 것을 모두 쪼아 없애라는 의미이다.

5년 전쯤 내도동 해안가를 걸을 때 일명 고냉이 돌 앞에서 방사탑을 복원하는 작업을 볼 수 있었다. 내도동에는 6기의 방사탑이 있었으나 원형을 찾아볼 수 있는 것이 복원하는 이 방사탑이 유일해 방사탑 속에 어떤 부장품 등이 있을까 내심 기대하고 지나간 적이 있다.

나중에 알아보니 아무런 부장품도 나오지 않았다고 하니 방사탑을 쌓을 때 솥이나 어떤 부장품을 꼭 넣지는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방사탑은 제주돌문화공원을 비롯 제주 곳곳에 세워져 조형물처럼 제주를 상징하는 현대 조각품의 모습으로 재현되고 있다는 말로 이야기를 끝마쳤다.

방사탑은 날이 갈수록 점차 훼손되고 있는 실정이다. 방사탑은 마을 공동체적인 민간신앙이 들어있는 만큼 보존해 나갈 방안을 찾았으면 하고, 아울러 방사탑이 코로나의 악한 기운도 막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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