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만사(人事萬事) 인사망사(人事亡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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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플럼북(Plum Book)은 미국에서 대선이 끝난 후 새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공직 리스트를 정리한 인사지침서다. ‘미국 정부 정책 및 지원 직책’이 정식 명칭으로, 겉표지가 자두색(Plum)이어서 붙인 이름이다.

여기엔 연방정부의 장·차관을 비롯한 9000여 개 주요 직위의 명칭, 현직자 이름, 임명 형태(대통령 임명직, 상원 청문, 경력직·비경력직, 한시적 임기, 별정직 여부), 보수 등급과 직급, 임기 여부, 임기 만료일 등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인계 시 꼭 필요한 자료다. 이를 바탕으로 새 정부는 주요 직위에 관한 인사 계획을 수립한다. 책자는 상·하원이 인사관리처의 지원을 받아 펴내고, 그 내용을 공개하기에 당리당략이 개입할 여지가 크지 않다.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인사권은 정부 부처 장·차관급과 공공기관장 및 임원 등 300여 개에 이른다. 여기에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영향을 끼치는 정부 부처 실장급 자리만 350여 개다. 청와대 인사수석·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직간접적으로 관장하는 정부 부처 3급 이상 고위공무원과 정부 부처 산하기관 임원은 7000개에서 1만 개 내외로 추정되고 있다. 일례로 국무총리나 장관이 자신과 호흡을 맞췄던 과장을 국장으로 승진시키려면 청와대의 인사 검증을 거쳐야 한다. 이런 식으로 청와대는 정부 부처나 산하기관의 모든 인사에 관여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래서다. 이명박 정부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박근혜 정부의 ‘성시경’(성균관대·고시·경기고), 문재인 정부의 ‘캠코더’(대선 캠프·코드인사·더불어민주당) 등이 이를 대변한다.

▲어느 정부든 청와대 주인이 되면 국민 통합을 강조했고, 탕평 인사를 언급했다. 시간이 지나면 이는 온데간데없고 자기 사람 위주의 ‘맞춤형 인사’를 했다. 상대의 비평에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방패를 쳤다. 인사 원칙은 식언으로 전락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이었다. 그러기에 ‘50년 집권론’ ‘100년 집권론’을 호언장담했던 것과는 달리 고작 5년하고 자리를 내줬다. 누구를 탓하랴. 만사(萬事)인 인사를 망사(亡事)로 만든 자업자득이다.

이제 20대 대선은 끝났다. 윤석열 당선인의 인사는 다를까. 첫 단추인 인수위 구성 후 세인의 평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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