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쿠폰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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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진 동화작가

텀블러 가져오셨나요? 테이크아웃 잔이 없으면 돈을 더 내셔야 해요. 리유저블 컵은 가져오시면 환불해 드리고요.”

겨울이 깊어가는 지난해 12월 말쯤으로 기억한다. 공공기관 설문조사에 응하면 커피 쿠폰을 증정한다는 메시지에 끌려 조사에 응하고 말았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후 모바일 쿠폰이 도착했다. ‘옳거니 왔구나!’ 난 쾌재를 불렀었다. 바코드가 선명하고 유효기간까지 표시해 놓은 쿠폰을 보면서 설레기 시작했다. ‘스타벅스 오늘의 커피 톨(Tall) 1, 동일 가격 이상 다른 상품으로도 교환 가능.’ 그러잖아도 프랜차이즈 매장 드라이브 스루를 경험하려고 했던 터라 며칠 후 스타벅스를 방문했고 그 날 추가금액까지 결재하고 나서야 모바일 쿠폰을 사용할 수 있었다.

매장 옆을 지날 때마다 길게 줄지어 있는 자동차를 보면서 스타벅스 매장 안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나이 든 늙은이가 웬 궁금증이고 스타벅스냐 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대중문화의 흐름 정도는 이해하면서 살아야 할 것이 아닌가?

며칠이 지나 리유저블 컵을 환불받으려고 다시 매장을 찾았을 때는 그야말로 멘붕을 경험했었다. 드라이브 스루 줄에 자동차를 댄 것도 모자라 매장 안에서 다시 긴 줄에 합류하면서 내 인내심은 바닥이 났고 좌충우돌 오랜 시행착오는 매장 한편에 있는 키오스크에서 돈 천 원을 받고 나서야 끝이 났었다. 천 원을 든 손이 부끄러워 얼른 매장을 빠져나왔다. 돈 천 원이 뭐길래 이렇게 수모를 당해야 했을까? 수모를 당하고 나서야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대형프랜차이즈 매장이나 유명브랜드 회사들이 돈을 순순히 돌려주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받을 때는 전광석화지만 소비자가 환불받으려면 많은 장벽을 넘어야 하는 것을 왜 몰랐단 말인가?

환경부가 자원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입법 예고했다고 한다. 자원순환보증금제가 시행되면 프랜차이즈 매장에 자원순환보증금 명목으로 300원을 더 내야 한다고 한다. 컵을 재활용한다는 차원에서는 잘하는 일이다. 하지만 대형프랜차이즈 매장이나 명품 기업들 호주머니만 채우는 시행령이 되지는 않을지 다시 한번 살펴볼 일이다.

지혜로운 소비 생활이 필요한 시대이다. 그 날 이후 난 모바일 쿠폰이나 포인트 적립과 관계없이 소비 생활을 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매장의 아바타가 되고 싶지 않기에 내린 결정이다.

경칩도 지나고 이제 절기는 춘분으로 치닫고 있어 만물은 약동을 시작할 것이다. 봄이 무르익고 있다. 이 봄날에 대형기업의 아바타가 되어 모바일 쿠폰이나 포인트를 찾아 기웃거리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은가? 공짜 모바일 쿠폰을 통해 반면교사의 교훈을 얻었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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