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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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허자, 광주대각사 주지·제주퇴허자명상원장

사람은 누구나 하루 중 일거리가 있어야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 소위 ‘인생3보’라 하여 일하고, 놀고, 쉬는 것을 나는 이렇게 불러왔다. 일하는 것은 ‘보람’을 노는 것은 ‘재미’를 쉬는 것은 ‘편안함’을 위한 것이다. 평생 일만 하고 죽는다면 보람은 있겠지만 재미없고 편안함을 누려보지 못하고 떠나는 무미건조한 삶을 살다가는 것이다. 예부터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말이 회자(膾炙)되어 온 것은 그만큼 삶의 순간들을 소중히 하라는 경책(警策)이 아니었을까 한다. 따라서 행복한 삶은 시간과 공간을 누릴 줄 아는 삶이다.

나는 사람을 왜 ‘인간(人間)’이라고 부를까 화두(話頭)삼아 곰곰이 생각해본 일이 있었다. 드디어 찾아낸 것이 다름 아닌 인간의 뜻은 두 가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나는 인간은 시간적 존재여서 일정한 수명(壽命) 기간을 사는 것이요 둘은 공간적 존재여서 어느 특정한 공간을 마련해 놓고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곧 사람은 ‘인+간’의 존재이다.

어느덧 고래희(古來稀)를 가득 채우고 살다보니 ‘인간은 무엇인지 나는 누구인지’ 정도는 알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인간은 시간적 공간적 존재여서 사람인(人)자 옆에 사이간(間)이 따라 붙는다는 사실과 ‘나’라는 존재는 과거 현재 미래의 삼생인연(三生因緣)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찾아냈다. 원인이 없는 결과가 없듯이 세상의 모든 만물은 인과응보(因果應報)의 결과물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이 나는 법이다.

그러므로 ‘나’라는 존재 역시 부모가 몸을 빌려 낳아주기는 했지만 부모가 만든 것이 아니라 전생의 ‘나’가 금생의 ‘나’를 인연법으로 탄생시킨 것이다. 전생의 내가 선한 복을 많이 지었다면 금생의 나는 부자 흥부가 되었을 것이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금생의 나는 가난뱅이를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 당연하다. 따라서 인간은 업보중생(業報衆生)이 틀림없다.

바람도 그냥 부는 것 같지만 바람길 따라 부는 것이요, 물도 그냥 흐르는 것 같지만 물길 따라 흐른다. 우리 인생도 그냥 사는 것이 아니라 인연 따라 사는 존재여서 정확히 말하면 ‘인생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살려지는 것이다.’ 그러한 까닭에 항상 고맙고 감사한 삶을 살지 않으면 안 된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고자 하면 고이 보내드리고 나 좋다고 쫓아오는 이는 거부하지 말고 기꺼이 반겨줘야 한다.

우리 인생은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나날이 좋고 의미 있는 날이다. 그렇다면 촌각을 헛되이 보내지 말고 ‘소일거리’를 찾아내어 열심히 살아야 한다. 소일거리는 누가 가져다주는 선물이 아니다. 스스로가 찾아내어야 한다. 인생삼보(人生三寶)에서 언급했듯이 일하고 놀고 쉬는 일은 반드시 스스로가 찾고 선택해야하는 일이다.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갯빛 같은 인생을 단 하루도 허술하게 보내지 말라. 돈은 잃으면 다시 벌수 있지만 시간을 잃으면 다시 얻지 못한다. 세상엔 내게 맞는 일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뿐이다. 뭔가 일거리를 찾아서 반복하다보면 그 일은 나의 소중한 ‘소일거리’로 태어나는 법이다.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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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yonhwa 2022-03-16 11:04:31
맑고 향기로운 차 한잔 마주한듯 하네요
힐링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