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분(春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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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두흥, 수필가·논설위원

춘분은 24절기 가운데 경칩과 청명 사이 넷째로 해의 중심이 춘분점 위에 왔을 때입니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고 하지요. 우리나라는 대개 입춘부터 봄으로 여기나 유럽은 춘분부터 봄으로 칩니다. 양력으로 3월 21일 전후로 음력으로는 2월이라 꽃샘추위가 남아있어, 때로는 “2월 바람에 김칫독 깨진다.” 또는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에서 보듯 한차례 남은 추위는 동짓달처럼 매섭고 쌀쌀합니다. 이날부터 낮이 밤보다 길어지기 시작합니다. 춘분은 1년 중 농사일을 하기에 가장 좋은 절기입니다. 기온이 조금씩 오르고 얼었던 땅이 풀리기 시작합니다. 농부의 손길이 분주해지며, 논밭에 뿌릴 씨앗을 고르거나, 물꼬를 손질하고 농사짓기 준비에 바쁩니다.

《중종실록》 1514년 2월 26일을 보면 어미를 구타한 이수지 라는 사람을 참형하게 되는데, 시기를 춘분에 맞추었지요. 참형에는 부대시참형(不待時斬刑)이라 해서 판결 확정 후에 바로 집행하는 참형이 있고, 사형을 기다려서 하는 대시참형(待時斬刑)이 있는데, 이런 경우는 대개 춘분이 되기 전에 집행합니다. 이는 춘분을 1년의 새로운 출발로 보아 사형처럼 좋지 않은 일은 춘분 전에 끝내려 한 뜻이 아닌가 합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길목에서 농사를 준비하고 어둡고 좋지 않은 일은, 춘분 전에 털어버리려 한 것을 보면 예전엔 이날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던 것 같습니다. 춘분 무렵에는 호사다마가 따른다고 해서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음을 상기하며 매사에 조심했습니다.

인간이 달력을 만든 가장 큰 이유는 계절의 변화를 기록하기 위해서입니다. 농경 사회에서는 계절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으므로, 농사를 짓기 위해 씨 뿌리고 추수하기 가장 좋은 날씨를 알아야 했습니다. 24절기도 이런 바탕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24절기는 봄·여름·가을·겨울 4계절에 각각 여섯 개씩 자리 잡고 있어, 앞뒤 절기와 유기적인 연관성이 있어 1년을 아우룹니다.

일차산업인 농업은 토양과 물 기후와 자원, 자연조건과 매우 밀접합니다. 이들을 떠나서는 농사일 자체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설령 이들을 배제한다 해도 자연조건에 비해 높은 투입 에너지가 필요하지요. 자연과 함께하는 농업이 지닌 이로운 가치를 공익기능이라 합니다. 물론 반대개념의 역기능도 지녀 그 양면성을 부인할 수 없지요. 하지만 농업은 역기능보다 공익기능이 크다는 사실입니다. 농업의 공익기능은 인간에게 필요한 양식을 생산합니다. 논농사는 물을 주로 이용하는 형태를 지녔습니다. 논은 여름철 강우기에 물을 저장하는 댐 역할을 하며 채워진 물은 점차 땅속으로 스며듭니다. 지하수를 채우는 기능과 고온기 여름철에 논에서 물이 증발하면서, 대기 온도를 낮추는 냉각기능도 있습니다. 그에 따른 공익가치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최근 농업이 지닌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습니다. 녹색성장에서 농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기여도가 큽니다. 그중에 지구온난화 속도를 완화 시키는 완충 기능을 지닙니다. 농작물 재배로 광합성을 통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고정할 뿐만 아니라, 농경지에 퇴비와 같은 유기자원을 활용함으로써 유기탄소를 저장하는 역할을 합니다.

땅도 사람도 계절을 거스르지 않을 때 건강합니다. 자연에서 태어난 생명이므로.

2022년 춘분에는 고귀한 생명이 온 세상에 가득 차고 코로나를 몰아내는 세상이 되길 기대합니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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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혜자 2022-03-20 22:21:14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