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의 기적…혈액암 환자에게 ‘새 생명’ 선물한 제주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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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경찰청 해안경비단 1경비대 소속 안병우 경위
지난달 조혈모세포 기증 사실 뒤늦게 알려져 ‘화제’
“기증받은 분 건강하길…생명 나눔 실천에 동참을”
안병우 경위. 사진=본인 제공
안병우 경위. 사진=본인 제공

“기증 희망자로 등록한 지 한 달 만에 연락이 왔어요. 보람 있는 일을 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습니다.”

제주경찰청 해안경비단 1경비대에서 근무하는 안병우 경위(26·경찰대 36기)는 지난해 11월 말 뜻밖의 연락 한 통을 받았다. 

안 경위와 유전자가 일치하는 혈액암 환자를 찾았는데, 조혈모세포 기증 의사가 있는지를 묻는 전화였다.

지난해 10월 말 안 경위가 동료 직원 자녀의 희귀병 소식을 듣고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해 알게 되면서 기증 희망 등록을 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혈액을 만드는 어머니 세포’란 뜻의 조혈모세포는 백혈구와 적혈구, 혈소판 등 모든 혈액 세포를 만들어낸다. 골수 속에 1%가량 존재하며, 세포 이식은 백혈병 같은 혈액암 환자의 생명을 구할 유일한 희망이다.

이식을 위해서는 환자와 기증자의 조직적합성 항원(HLA) 유전자형이 일치해야 한다. 일치율은 가족의 경우 부모 5%, 형제자매 25% 정도이지만, 비혈연 간 일치율은 2만 분의 1(0.005%)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수년에서 수십 년을 기다리는 환자들도 있다.

안 경위는 22일 본지와 통화에서 “타인과의 유전자형 일치율이 매우 희박해 평생 연락이 오지 않기도 한다던데 일찍 연락이 와 당황하고, 걱정도 됐지만 좋은 일을 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부모님의 걱정에도 기증을 결정한 안 경위는 유전자 검사와 건강검진 등을 마친 뒤 지난달 15일 서울 한 대학병원에 입원해 총 두 차례 7시간에 걸쳐 조혈모세포 채집을 위한 시술을 받았다.

이후 제주로 돌아온 안 경위는 함께 기증 희망 등록을 한 직원들의 열렬한 격려와 환호를 받자 그제야 기증한 것이 실감이 나 매우 기뻤다고 했다.

안병우 경위가 조혈모세포 기증 후 제주에 도착해 자신이 근무하는 제주해안경비단 1경비대 입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주경찰청 제공
안병우 경위가 조혈모세포 기증 후 제주에 도착해 자신이 근무하는 제주해안경비단 1경비대 입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주경찰청 제공

장기기증법에 따라 안 경위는 자신의 조혈모세포를 기증받은 환자의 신원을 알지 못한다.

안 경위는 “나의 작은 용기와 행동이 누군가에게 새 생명을 줄 수 있어 정말 뿌듯하다”며 “기증받은 분이 건강을 되찾고 행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안 경위는 “조혈모세포 기증이 혈액암 환자에게는 마지막 기회이자 희망이라고 한다”며 “많은 사람이 타인에게 생명을 나눠주는 일에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지난 1년간 전국 조혈모세포 기증자는 400명, 이식 대기자는 4496명(지난해 12월 기준)이다.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한 거부감은 아직 크다. 질병관리청이 2019년 8월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인식 조사에서 조혈모세포를 기증할 생각이 없는 이유를 묻자 ‘막연한 두려움’이 40.9%로 가장 컸다.

최근에는 헌혈 같은 방식으로 조혈모세포를 채취하는데, 과거에만 해도 골반에서 골수를 추출했기 때문에 ‘골수 이식’ 이미지의 영향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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