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호의 포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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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백호(白虎)는 말 그대로 하얀 호랑이다. 벵갈호랑이의 일종으로, 태어날 확률이 1만분의 1밖에 안 되는 희귀동물이다. 흰색 바탕에 검은 색의 줄무늬가 있고, 눈자위는 푸른 빛을 띤다. 신비롭고 위엄있는 모습이다. 해서 예부터 액운을 막아주고 악을 물리치는 영물로 여겨졌다.

백호는 상서로운 기운을 주는 서수(瑞獸)의 상징으로, 하늘의 서쪽을 지키는 수호신이다. 청룡(靑龍). 주작(朱雀), 현무(玄武)와 함께 우리 민족의 전통적 사신(四神)이다. 조선시대 임금의 행차할 때 백호가 그려진 백호기(白虎旗)가 휘날렸던 이유일 터다.

▲지금으로부터 51년 전인 1971년, 축구 불모지인 제주 섬에 백호가 출현했다. 제주일보의 백호기 축구대회가 창설된 거다. 전국 축구와 현격한 실력차를 보이는 제주 축구를 향상시키기 위함이었다. 그 바람을 이루기 위해 사람들이 가장 신령스럽게 생각하는 백호를 대회 타이틀로 했다.

첫 대회는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대항으로 진행됐다. 다음 해에 중등부가 추가됐고, 4회 째인 1974년 고등부가 신설됐다. 명칭도 ‘전도 청소년 축구대회’로 변경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모두가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 백호기는 도민들에게 상서로운 기운을 전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백호기 축구는 빛나는 전통과 찬란한 금자탑을 쌓았다. 백호기를 통해 ‘동네 축구’에 불과했던 제주 축구는 전국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전국소년체전과 전국체전 등의 제패가 그 반영물이다. 태극마크를 달고 국위를 선양한 인재도 수없이 배출됐다.

그 과정서 축구는 제주 최고의 인기 종목으로 우뚝 섰다. 백호기 또한 ‘제주 학생 축구의 월드컵’으로 불리우며 도내 최대의 스포츠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재학생과 동문이 하나 되는 응원전이 겸해져 도민 전체가 즐기는 축제로 승화됐다. 그렇게 백호기는 ‘봄의 전설’이 됐다.

▲백호기는 주최 측의 사정으로 개최 시기가 늦춰진 적은 있었지만 중단된 경우는 없었다. 한데 전대미문의 코로나 재난으로 2020년과 2021년엔 열리지 못했다.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올봄은 다르다. 코로나를 이겨내는 기운찬 백호기의 향연이 주말인 25일(금)부터 27일(일)까지 펼쳐지기 때문이다. 3년 만에 봄빛이 완연한 온 섬에 백호의 포효가 다시 울려 퍼지는 셈이다. 다만 응원전은 코로나 여파로 볼 수 없다. 그래도 마음은 벌써 오라벌에 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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