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재심 청구 수형인 73명 전원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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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내란죄 등 범죄 사실에 대한 증거 없어”
유족들 "오래된 묵은 한 풀린 것 같다" 눈물
제주지방법원은 29일 4·3당시 내란죄와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로 군사재판을 받은 수형인 40명에 대한 재심 재판을 진행했다. [사진제공=제주도사진기자회]
제주지방법원은 29일 4·3당시 내란죄와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로 군사재판을 받은 수형인 40명에 대한 재심 재판을 진행했다. [사진제공=제주도사진기자회]

제주4·3 당시 불법 군사재판을 받고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수형인들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제주지방법원 형사제4-1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29일 오전 10시와 11시 4·3당시 내란죄와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로 군사재판을 받은 고(故) 고학남씨 등 40명에 대해 2차례 재심 재판을 열고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광주고등검찰청 소속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이 직권재심을 청구한 수형인들로 제주4·3 당시 내란죄 또는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로 군사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후 육지부 수형소에서 수형생활을 하다 6·25 전쟁 발발 이후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됐다.

또 이날 오후 2시에는 제주4·3특별법 전면 개정 이후 처음으로 특별재심이 결정된 일반재판 수형자 고태명씨(90) 등 33명에 대한 재심 재판이 진행돼 전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피고들은 내란죄나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지만 피해자 관계자나 유족 진술 등에 의하면 피고인들은 아무런 죄가 없음에도 연행돼 처벌을 받은 것으로 보이며 범죄를 저질렀다는 증거가 전혀 없다. 피고인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밝혔다.

변호인측 역시 “이 사건 피해자들은 나이가 젊고 중산간 마을에 거주했다는 이유로 연행돼 복역하다 전쟁 당시 총살을 당하거나 행방불명되며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유족들도 평생 피고인들을 생각하며 가슴 아파했다. 다시는 우리 역사에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피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형사재판의 경우 검찰에 공소사실 구성요건 입증 책임이 있지만 제시된 증거가 없는 등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범죄 증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이 마무리된 후 발언 기회를 얻은 수형인 유족 양상우씨(69)는 “당시 백부님이 잡혀가신 것은 알았지만 불법재판을 받은 줄은 몰랐다. 아버지는 해마다 백부님이 잡혀가신 8월 그믐이면 백부님을 위한 상을 차리고 눈물을 흘렸다”며 흐느꼈다.

그러면서 “지금이나마 무죄 판결이 나와 다행이다. 다른 수형인들도 속히 명예가 회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발언에 나선 허귀인씨(73)도 “아버지에게 내려진 죄명이 내란죄인 것을 오늘 여기서 처음 알았다. 아버지는 그런 범죄를 저지를 분이 아니다. 오늘 무죄가 선고되니 묵은 한이 풀리는 것 같다”며 재판부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한편 장찬수 부장판사는 재판이 모두 끝난 후 “다시 봄이다. 되돌릴 수 없음을 알기에 꽃피는 봄에도 ‘년년세세화상사 세세년년인불동(年年歲歲花相似 歲歲年年人不同)’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살암시민 살아진다’는 말처럼 삶이 아무리 험해도 살아있는 한 살기 마련이다. 그만큼 삶이 소중함에도 피고인들은 영문도 모른 채 극심한 이념 대립 속에 희생되었고 목숨마저 빼앗겼다. 피고인들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말한다. ‘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지만’”이라며 이번 재판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29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진행된 4.3수형인에 대한 재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재판에 참여한 유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9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진행된 4.3수형인에 대한 재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재판에 참여한 유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제공=제주도사진기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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