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묘소 찾아가 무죄 받았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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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수형인·유족들, 재심서 무죄 선고하자 눈물
29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4·3수형인과 유족들이 법원 앞에 모여 "무죄"를 외치고 있다.
29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4·3수형인과 유족들이 법원 앞에 모여 "무죄"를 외치고 있다.

“도저히 가슴이 벅차 뭐라고 말을 하지 못하겠습니다. 오랫동안 묵어 왔던 한이 풀어진 것 같다.”

제주4·3 당시 불법재판을 받고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수형인들에게 74년 만에 무죄가 선고됐다.

이날 재판을 참관한 4·3수형인과 유족들은 “마치 꿈을 꾸는 것 같다”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제주지방법원 형사제4-1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29일 오전 10시와 11시, 오후 2시 등 3차례에 걸쳐 진행된 4·3수형인 73명에 대한 재심 재판에서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73명의 수형인 중 유일한 생존자인 고태명씨(90)는 이날 재판이 끝난 후 “4·3 당시 경찰에 잡혀간 저를 찾다가 학살에 휘말려 돌아가신 아버지의 묘소에 찾아가 무죄를 받았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오늘 결과가 나오기까지 노력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재판에 참여한 유족 양상우씨(69)는 “백부님이 4·3당시 잡혀가신 후 아버지는 해마다 백부님의 생일인 8월 그믐이면 생일상을 차려놓고 눈물을 흘리셨다”며 “지금이라도 무죄 판결이 나와 정말 기쁘다. 다른 수형인들도 빨리 명예가 회복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다른 유족 허귀인씨(73)도 “아버지에게 내려진 죄명이 내란죄인 것을 오늘 여기서 처음 알았다. 아버지는 그런 범죄를 저지를 분이 아니다. 억울한 누명을 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버지는 형무소에 끌려가 2차례 편지를 보낸 것을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겼다. 당시 어린 나이였지만 아들을 잃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고통을 느끼며 지금까지 살아왔다”며 “오늘 이렇게 무죄가 선고되니 묵은 한이 풀리는 것 같다. 정말 감사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이날 모든 재판이 마무리된 후 장찬수 부장판사는 ”그럼에도 ‘살암시민 살아진다’는 말처럼 삶이 아무리 험해도 살아있는 한 살기 마련이다. 그만큼 삶이 소중함에도 피고인들은 영문도 모른 채 극심한 이념 대립 속에 희생되었고 목숨마저 빼앗겼다. 피고인들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말한다. ‘당신은 서러워할 봄이라도 있지만...’”이라며 이번 재판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유일한 생존수형자인 고태명씨에게 “오늘부터는 편안하게 주무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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