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운, 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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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자리(席)에 있어서만큼은 천운(天運)을 떠올리게 한다. 정치 데뷔 8개월 만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처음이자 마지막 출마한 선거에서다.

천하대사필작어세(天下大事 必作於細), 천하의 큰일은 반드시 작은 일에서 비롯한다. 돌이켜보면 2013년 박근혜 정부 첫해 국정원 댓글 사건의 수사팀장을 맡으면서 내뱉은 한마디가 자신의 운명을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검사 윤석열’을 대중에게 알렸다.

문재인 정부에 와서 대전고검 검사에서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됐다. 검찰 역사에서 이런 파격은 없었다. 그러고 나서 무려 다섯 기수를 뛰어넘으면서 검찰총장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검찰총장이 되어선 문재인 정부의 역린이라고 할 수 있는 ‘조국’을 건들면서 역적으로 몰리는 신세가 됐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가 되기도 하는 법. 단숨에 대권 주자에 이름을 올렸다. 윤 당선인이 사법시험 합격까지 9수를 했지만, 고검 검사에서 대통령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5년에 불과하다.

▲윤 당선인이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한덕수 전 총리를 지명했다. 첫 총리로 공식 임명되면 노무현 정부 마지막 총리에 이어 15년 만에 다시 총리로 화려하게 귀환하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엔 경제수석, 이명박 정부엔 주미대사, 박근혜 정부엔 한국무역협회장을 지냈다. ‘관운’ 하나는 타고났다는 소리가 나올만하다.

앞서 헌정사상 총리를 두 번 지낸 인사는 고(故) 장면·백두진·김종필 전 총리, 고건 전 총리 등 4명이다. 장면은 제2대(1950∼1952)에 이어 7대(1960∼1961)에 발탁됐다가 5·16으로 실각했다. 백두진은 이승만 정권과 박정희 정권에서 총리를 역임했다. 김종필은 그의 나이 40대와 70대에 총리를 맡았다. 고건은 김영삼 정부 마지막 총리와 노무현 정부 초대 총리를 역임했다.

총리는 참 어려운 자리이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지위에도 불구하고 늘 국정쇄신 카드로 쓰인다. 이낙연 전 총리(45대)까지 재임 기간 1년을 넘긴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운(運)은 ‘빚’이라는 말이 있다. 현재의 위치까지 오르게 한 것의 절반은 누군가 도움의 결과라는 것이다. 자신의 능력으로 이뤘다고 오만하지 말라는 의미다.

천운과 관운의 호흡이 자못 궁금하다. 선거 공신이나 인사권자가 아닌 국민에게 빚을 졌다고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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