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행복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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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익 칼럼니스트

얼마 전 모 중앙신문의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기사의 제목이 ‘환자 1000분 임종 지켜보니…인생은 좋은 죽음을 위해 살아가는 과정’이었다.

“인생은 좋은 죽음을 맞기 위해 살아가는 과정 같아요. 열심히 산 사람들은 되레 죽음을 잘 받아들이니까요.”

대구의료원 호스피스 의사 생활을 하면서 많은 죽음에 임종 선언을 했던 김**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천 번의 죽음이 내게 알려준 것들’(포레스트 북스)이라는 책을 냈다. 호스피스 의사가 전하는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김 전문의는 “불효가 한으로 남아 세상 떠나는 부모를 고집스레 붙잡는 자식, 환자 앞에서 돈 때문에 싸우는 가족, 아내의 속을 무던히도 썩이고 마지막에서야 후회의 눈물을 흘리는 남편 등 다양한 군상이 세상 마감 현장에 있다”며 “죽음에 이르면 연민과 사랑 같은 따뜻함이 묻어날 때도 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얽힌 갈등, 돈과 욕심 등 삶의 희로애락이 그대로 죽음에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의대생 시절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졸업 후 13년 동안 전업주부로 살았다. 서른아홉이라는 늦은 나이에 다시 수련의사 생활을 시작했고, 말기 암 통증으로 고통스럽게 삶을 마감하는 환자들을 보며 호스피스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는 임종을 앞둔 환자의 웃는 모습을 사진 찍어서 영정사진으로 쓰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어느 누구도 죽음을 스스로 터득할 수는 없다. 죽음은 더 이상 터득할 것이 없다. 김 전문의는 “그렇기 때문에 먼저 세상을 떠나는 선배에게 죽음을 배워야 한다”며 “시간과 마음을 투자해서 죽음을 배우면 죽음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삶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문의는 “글을 쓸 때 마지막 문장을 생각하면 글의 흐름에 일관성이 생기고 전체가 한 흐름으로 연결되듯이 인생도 글쓰기와 다르지 않다”며 “자신의 마지막을 응시하는 것은 삶에 일관성을 부여하고, 힘든 일을 극복하는 용기와 삶에 대한 투자가 생기는 일”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옛날 역사책에 등장하는 미치광이 나라에서 행복을 느낀 임금은 어떠했는가.

중국의 어떤 나라에 미치광이 샘이란 이름의 우물이 있었다. 그 우물물을 마신 사람들 중에서 미치지 않은 자가 없었다. 오로지 임금만이 다른 우물을 파서 마셨기에 홀로 미치지 않았다. 그러자 그 나라 사람들이 되레 임금이 미쳤다며 모두들 임금을 붙잡고 병을 고치려 했다. 뜸을 뜨고 침을 놓고 약을 들이대자 고통을 견디지 못한 임금은 미치광이 샘으로 달려가 물을 떠 마시고 함께 미쳐버렸다. 그러자 그 나라 사람들이 왁자하게 모두 좋아했다. 임금이 미치지 않는 한 미치광이 샘물을 계속 마셨던들 병이 낫지 않았을 것이다.

행복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람들은 동전의 앞면만 취하려 하지 뒷면은 무시하려 한다. 앞의 예화에서처럼 임금이 되어서도 행복하지 못하다. 오늘 비가 오더라도 내일, 또 내일에는 맑은 날이 온다. 오히려 맑은 날이 더 많지 않은가. 하늘은 늘 푸르다.

‘다시 쓰는 행복론’을 쓰는 아침 공기가 상쾌하다.

김 전문의가 환자 1000분의 임종을 지켜보니, 인생은 좋은 죽음을 위해 살아가는 과정이었다고 했던 것은 아무래도 맞는 말인 것 같다. 행복은 늘 가까이에 있으니, 애써 찾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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