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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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주, 수필가

호수 위에 일렁이는 잔잔한 물결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마치 조용한 음악이라도 듣고 있는 듯한 기분이 된다. 자연은 이렇게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할 뿐 아니라 몸을 치유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실제로 몸이 아팠던 사람들에게서 도시와 떨어진 휴양지에서 얼마간의 시간을 보낸 뒤 건강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한다. 새소리 물소리 바람 소리 풀벌레 우는 소리까지 자연의 하모니를 듣다 보니 마음이 저절로 무방비상태가 된 것이다. 아낌없이 나누어주는 자연의 싱그러움에 동화되기 때문이다.

상상력을 소중하게 여기는 예술인들도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야 좋은 작품이 탄생한다고 했다. 「한시 미학의 산책」에서도 보면 송(宋)나라 휘종이 궁중 화가를 선발하는 시험에서 “꽃을 밟으며 돌아가니 말발굽에 향기가 나네”라는 과제(科第)를 주었다. 말발굽에서 나는 향기를 그림으로 그려보라는 것이다. 향기를 어떻게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모두 난감해하고 있을 때 한 화가가 그림을 그려냈다. 달리는 말의 발굽을 향해 나비 떼가 따라가는 그림이었다. 자연을 잘 관찰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이런 놀라운 상상을 할 수 있었겠는가. 풍경 속에 내재 된 서사를 자신이 가진 재능과 융합한 결과였을 것이다. 작품을 보고 누군가는 또 새로운 꿈도 꾸어가리라.

며칠 전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게 됐다. 조용한 아침에 평온한 음악이었다. 노랫말을 자세히 들어 보니 평화로운 세상에서 모두가 행복해지기를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가수의 음성이 얼마나 조용하고 차분하던지 자신의 영혼을 다해 부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느끼고 있는 이 평온함이 누군가에게는 고통의 시간일 수도 있다는 것, 지금의 이런 평범한 일상들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누군가에게는 또 얼마나 간절한 꿈일는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지구촌 곳곳에서는 끊임없이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자연재해로 인한 산불이나 지진 해일도 있지만 절제하지 못하는 인간의 욕망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더 많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인해 무고한 사람들이 참혹하게 목숨을 잃거나 고통 속에 있는데도 자신의 야욕을 멈추지 못한 한 지도자의 만행에 전 세계인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세상을 치유해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 너와 내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노랫말이 분명 좋은 의미인 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애타게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메어온다.

태양은 아무리 낮은 곳이라도 빛을 골고루 나누어 준다. 좋은 노래도 빛처럼 널리 퍼져 고통받는 사람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져주면 좋으련만.

우리가 서로 부딪치는 이유 중 하나는 치유 받지 못한 어린 영혼 때문이라고 한다. “모든 것은 용서에서 시작됩니다.”“세상을 치유하려면 자기 자신부터 치유해야 합니다.”“그래야 무조건적인 사랑을 줄 수 있어요!” 세계 치유재단을 설립한 가수 마이클 잭슨이 어느 대학 강단에서 한 말이었다. ‘자신을 치유하면 조건 없는 사랑을 줄 수 있다는 것.’ ‘치유’라는 말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숲이 우리에게 조건 없는 사랑을 줬다면 우리는 용서라는 나무가 되어 치유의 숲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용서와 치유가 공존하는 숲에서, 이 땅에 평화의 빛이 고루 퍼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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